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충청(忠淸)은 마음에 중심이 있고 맑다는 의미다. 이렇게 멋진 이름을 가진 지역이 또 있을까? 나는 이곳의 가치가 잘 지켜지고 전해지기 위해서, 우리 삶은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고,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 본다.

정신의학자 M.스캇 펙(1936~2005)의 책을 좋아한다. 그는 인간의 정신병적 행동들과 치유의 길을 보여준다. 스캇 펙은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정신과의사로 ‘아직도 가야할 길’은 뉴욕타임스의 최장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영향력이 큰 책이다. 예술은 마음과 직결되기 때문에, 나는 스캇 펙의 책을 늘 세심하게 읽는다.

스캇 펙은 수많은 정신과 환자들의 사례를 ‘거짓의 사람들’이라는 책으로 정리했다. 악의 원인과 악의 폐해, 개인이 저지르는 악과 집단의 악 등을 저자의 치료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스캇 펙은 거짓된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는 물론이고, 자신에게도 얼마든지 거짓말을 할 수 잇고, 자신의 악행을 고집스럽게 모른척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강한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이나 결점이 드러나면, 뭔가 잘못되었음으로 자기교정에 나서야 한다고 깨닫는다. 나아가 거짓의 사람들은 일상생활 속에 숨어 있는 악은 무의식 중에 다른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거짓의 사람들은 참으로 많고, 끈질기며, 잘 치유되지 않는다. 스캇펙은 정신과 의사로서 ‘끝나지 않은 여행’이라는 책에서 비난에 대해서 용서하는 법을 배우면 인간은 한 단계 훌쩍 성장한다고 한다고 치유의 처방전을 제시한다.

방영중인 한국 드라마 ‘미스터 기간제’는 반에서 따돌림을 당한 학생이 누명을 받고 중태에 빠지게 된다.

이 사건을 기간제 선생님이 밝혀가는 중이다. 나는 극중 나예리 인물에 관심이 간다. 온라인에서 수없는 비방글로 다른 사람을 음해한다. 기간제 선생님이 이 사실을 밝혀내자, 이 학생은 잘못을 깨닫기 보다, 자신의 아이돌 데뷰에 지장이 있을까 걱정한다.

거짓의 잘못을 깨닫고 고치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거짓의 사람들의 전형을 드라마가 그려냈다. 이것이 현실의 반영이며, 씁씁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드라마 작가의 의도일까.

영국드라마 블랙 미러(Black Mirror)는 ‘미움을 받는 사람들’이라는 편에서 비난의 공격적 기사를 쓰고, 이를 온라인에서 동조하는 사람들이 드론벌의 공격으로 죽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섬뜻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드라마에서 한 프로그래머가 친한 친구가 음해를 당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드론벌이 ‘책임의 게임(Game of Consequences)’, 즉 온라인으로 비난에 동조한 사람들을 공격하는 프로그램을 만든다.

이때 책임이란 인과응보라는 의미다. 의역하면, 인과응보의 게임이다.

인과응보는 의무라는 의미의 책임(responsibility)과 달리, 어떤 말을 하고 동조할 때는 반드시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책, 영화, 드라마 등의 예술을 해석하면서 도달한 결과는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라서, 끊임없는 실수와 잘못을 하기 마련이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잘못을 하면 사과하고 고치지만, 마음이 병든 사람은 거짓에 거짓으로 점철된다. 마음의 병이 든 사람들은 치유해 낫도록 하고, 마음의 병이 지역에 퍼지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든다.

오늘 나는 내가 사는 이곳 충청을 ‘마음에 중심이 있는 곳’, ‘마음이 맑은 곳’이라고 소리내어 부르면서 내 마음을 정화하고, 지역의 마음이 정화되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내 앞에 아직도 가야할 길이 있고, 끝나지 않은 여행에 다시 한번 힘을 내본다. 왜냐하면 나를 믿어주고, 나와 함께 한 여러분 덕분이다. 다함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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