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봉 시인·평론가·효문화신문 명예기자

어리석은 일 중의 최고는 무모하리만큼 불합리한 어떤 이익을 위해 건강을 해치는 일이다. 모름지기 인간은 품격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꽃일수록 향기가 신선하지 못하듯, 사람도 그 마음이 맑지 못하면 자신의 품격을 온전히 보전하기 어렵다.

인생은 채석장이다. 그 채석장에서 돌을 쪼아 개성과 인격을 형성해야 하는데 품격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들에게서는 외양간의 두엄 냄새가 난다. 차 맛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누구와 함께 마시느냐로 그 맛이 결정된다. 나와 같이 근무하고 있는 사람, 나보다 어렵게 사는 사람에게 인간대접을 해주는 것은 결국 나를 잘 대접하는 일이다.

슈바이처 박사는 많은 일화를 남긴 사람이다. 그는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아프리카를 떠나 파리까지 가서 거기서 다시 기차를 타고 덴마크로 갈 계획이었다. 그가 파리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은 신문기자들이 그가 탄 기차로 몰려들었다. 슈바이처는 영국 황실로부터 백작 칭호를 받은 귀족이다. 그래서 기자들이 특등실로 우르르 몰려 들어가 슈바이처 박사를 찾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다시 일등칸으로, 이등칸으로도 가 봤으나 거기서도 찾지 못했다. 그래서 기자들은 모두 그대로 돌아가 버렸다.

그런데 영국 기자 한 사람만이 혹시나 하고 3등 칸을 기웃거리다가 뜻밖에 거기서 슈바이처 박사를 찾아냈다. 가난에 찌든 사람들이 딱딱한 나무의자에 꽉 끼어 앉아 있는 3등 칸 한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슈바이처 박사는 그들을 진찰하고 있었다. 놀란 기자가 그에게 특등실로 자리를 옮기기를 권했으나 슈바이처 박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선생님, 어떻게 3등 칸에 타셨습니까?", "예, 이 기차는 4등 칸이 없어서요.", "아니 그게 아니고 선생님께서 어쩌자고 불편한 곳에서 고생하며 가시느냐고요?"

슈바이처 박사는 잠시 후 이마의 땀을 닦으며 대답했다. "저는 편안한 곳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다닙니다."

벌써 몇 년이 흘렀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이 있었다. 모 항공사 부사장의 언행이 이맛살을 찌푸리게 했다. 갑질 논란에 휩싸여 현재까지도 소송 중에 있다. 엊그제는 국회의원이란 사람이 자기가 고용한 비서관으로부터 매달 월급 중 상당액을 되돌려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나를 우울하게 했다. 그런 사람이 어찌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이란 말인가? 참으로 허탈하고 가슴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슈바이처 박사한테 교육을 좀 받고 오라고 출장이라도 보내야 할 판이다.

이번에 20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 모 당선자는 보좌진 채용에서 독특한 면접시험으로 세인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여느 사람 같으면 알게 모르게 친인척이나 지인의 자녀들을 보좌진으로 임명했을 것이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기와 일하고 싶다며 오는 보좌진은 이미 상임위 관련 능력이 충분히 검증된 훌륭한 인재들이었다고 전제한 뒤 '그 능력을 바탕으로 법을 만드는 사람들로서 애국심과 가치관이 바로 서 있는지 알고 싶었다'고 했다. 보좌진을 선발하면서 응모자들에게 일단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한 뒤 조부모의 이름을 써보게 하고, 애국가 1~4절을 부르게 하거나, 태극기를 그려보게 했다고 한다. 후보 중 모든 요구를 제대로 수행한 사람은 단 1명뿐이었고, 그가 당선자의 수석보좌관으로 임명됐다고 한다. 그 당선자는 초등학교 중퇴 학력으로 대우중공업에서 일했으며, 1992년엔 '국가품질명장' 칭호까지 받은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위에서 언급한 자기가 고용한 비서관으로부터 매달 월급 중 일정액을 되돌려 받았다는 그 몰상식한 사람과는 국가관이나 가치관에 있어 현격한 차별화를 이뤄 이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된다면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의 편협된 사고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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