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화 대전시 트램도시광역본부장

“차량을 위한 도시는 실패했다.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설계를 통해 인간 중심 도시로 탈바꿈해야 한다.”

교통 분야의 바이블로 알려진 ‘대중교통(Urban Public Transportation)’의 저자이자 이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알려진 부칸 부칙(Vukan R. Vuchic) 교수가 몇 년 전 국내 모 대학 특별강연에서 역설했던 말이 생각난다. 도시가 보행의 시대를 거쳐 마차의 시대로, 다시 자동차의 시대로 발전해 오면서, 언제부터인가 오늘날의 문명화 된 도시가 "자동차 중심인가, 아니면 사람 중심인가"로 쟁점이 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오늘 날 자동차로 인한 도시문제는 이미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의 한계를 넘어섰다. 극심한 교통체증은 도시혼잡에다 매연 등 도시환경의 오염으로 우리의 생존마저도 위협하고 있지 않은가. 자동차 중심의 도시교통체계를 확 바꿔야 하는 이유다.

대전만 해도 2017년 말 기준으로 도시철도와 자전거를 제외한 버스, 택시, 승용차 등 화석연료로 운행하는 자동차의 교통수단 분담률이 93.5%에 이를 정도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자가용 승용차의 교통 분담률이 전국 어느 대도시보다 높은 60.6%나 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더 걱정인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시에서 승용차가 매년 1만 2000대씩 늘어나고 있는 반면 공공교통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시내버스 하루 평균 이용객이 2014년 44만 3000명에서 2017년 40만 9000명으로 4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한정된 도시공간에 자가용 승용차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한, 또 개인교통에 의존하는 시민이 늘어나는 추세라면 심각한 도시교통문제는 해결이 요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시가 오랜 고민 끝에 도시철도 2호선을 트램으로 확정하고 이에 기반한 안전하고 편리한 공공교통체계로의 전환을 도모하면서, 한편으로는 도시교통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의 '대중교통'이 아닌 '공공교통'으로 바꿔가며 대전교통의 패러다임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도시의 주인은 시민이어야 하고 도로는 빠름의 미학에서 보행이 편리한 느림의 미학이 존중돼야 한다. 개인교통인 승용차로 물결을 이루던 우리 대전의 도로망을 시내버스 등 공공교통이 중심에 자리하고 건강과 환경을 걱정하는 자전거와 보행시민들이 대전 도로교통의 주인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대전이 진정한 사람 중심의 지속가능한 생태도시, 쾌적하고 편리한 교통문화도시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당장 2025년 개통 예정인 도시철도 2호선 트램으로의 교통체계를 개편하고 이를 정착시키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 가는 일이 시급하다. 승용차와 같은 개인교통수단을 대신할 시내버스 등 공공교통수단의 획기적인 개선과 확충하는 일 또한 한 시도 늦출 수 없다.

대전교통의 주인이자 수요자로서 우리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호응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시 공무원들도 앞장서 실천하고 있는'승용차 요일제'나'공공교통 이용의 날'과 같은 시책에 동참하여 자가용보다는 시내버스나 도시철도를 이용함으로써 품격있는 살기좋은 명품도시 대전을 만들어 가고 있다. 대전의 주인이며 교통수요자인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호응에 감사하며 시민과 공직자 등 각계에서 마음을 모아 후세에 멋진 대전을 선물하고자 한다.

'사람이 살려면 자동차를 줄여야 한다'는 극단적인 구호도 서슴지 않는 오늘날의 도시교통문제를 고민하다 시민이 중심이 되는 도시교통 설계를 설파한 부칙 교수의 경구를 다시 한 번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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