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문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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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문화의 힘
  • 충청투데이
  • 승인 2019년 08월 07일 16시 06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8월 08일 목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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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길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길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백범 김구 선생의 자서전 ‘백범일지’ 중 '나의 소원'의 일부이다. 이 중 마지막 줄은 한 시상식에서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수상소감에 인용돼 우리 마음속에 큰 울림을 안겨주었다. 일곱 명의 청년들은 “한국 문화의 힘을 전파하라고 주신 상으로 알고 더 노력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구 선생이 이러한 모습을 보셨다면, 그 숭고한 뜻을 이어나가려는 후대를 기특히 여기며 응원해 주지 않았을까….

문화는 어떤 실체를 드러내지는 않지만, 시공을 뛰어넘어 존재하며 그 힘은 위대하다. 중세 유럽의 르네상스는 일찍이 문화의 꽃을 피우며 황금시대를 가져다주었다. 이 당시 발달한 문화, 예술, 과학 등은 서양 역사의 큰 획을 그었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유럽을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문화는 누군가 들어 나르지 않아도 자연스레 퍼져나가며, 흘러나가는 것을 막을 수도 없다. 요즘처럼 스마트폰으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소통하는 포노 사피엔스 세대에는 더욱 소리 없이, 예고 없이 그 힘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문화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문화가 융성해지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이른바 한류 문화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 북미까지 끝을 모르고 뻗어 나가고, 한국의 의·식·주까지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잘 만들어진 문화 산업 하나는 여러 분야에 걸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국가 브랜드 향상에도 기여한다. 실제로 한류 문화는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광산업과 언어, 음식, 국산 제품까지 덩달아 관심을 받고 있다.

이렇게 한 번 자리 잡은 문화는 물리적 거리나 어떤 장애에 구애됨 없이 계속해서 전파된다. 한 예로 방탄소년단이 얼마 전 일본에서 성황리에 펼친 공연을 들 수 있다. 아베 정권의 경제 보복과 혐한 발언이 쏟아지고 있는 한일 정세 속에 열린 콘서트에서 일본 열도는 말 그대로 열광했다. 많은 언론은 이러한 모습이 독도와 과거사 문제로 불거진 반한 분위기 속에 한류 문화까지 냉각 기류가 흘렀던 2012년과는 사뭇 달라진 양상이라 평가한다.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 단단해진 한류 열풍이 정치적, 외교적 문제로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또한 최근 일본에서 열린 국제예술제에서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중단된 일을 통해서도 문화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문화의 독립성이 침해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해외 곳곳의 문화예술가들이 ‘소녀상 되기’ 퍼포먼스 사진을 SNS에 게시한 것이다.

이제 김구 선생이 왜 그토록 문화의 힘을 강조했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높은 경제력, 강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문화의 힘을 넘어서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의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을 이어나가야 한다. 그와 함께 계속해서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콘텐츠 개발을 통해 한류 문화는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지방도 예외일 수 없다. 대전은 문화가 풍부하고 다양한 편이지만,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대전만의 색깔이 담기면서도 보편적인 문화 산업을 개발하는데 더욱 힘써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지역 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시민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함께 시민 스스로 우리 문화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더해질 때, 더 높은 문화의 힘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문화 강국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