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증 초래 가능성 적지만 되지 않게
여성성 상징에 무게감 남달라
상실 혹은 변형에 대한 공포
한쪽 멍울 만져지면 진단해야

▲ 김영수청주의료원 외과장
▲ 김영수청주의료원 외과장

[충청투데이 송휘헌 기자] 얼마 전 국가질병통계에서 유방암이 갑상선암을 추월하여 여성암 1위로 올라섰다는 내용을 보았다. 전통적 식습관, 생활환경 요인에 의한 위암, 간암 등이 주춤하는 사이 점차 동물성 지방섭취가 강조되는 식습관과 비만 등에 의한 대장암, 유방암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것은 한참 전부터 예견되어 왔다.

그런데, 외과 영역에서 유방은 위장, 소대장, 간담췌 등의 다른 장기와는 좀 다른 위치를 가지는 것 같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첫째, 유방은 생존에 필수적인 장기가 아니라는 사실, 둘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성에 상징적인 의미가 큰 장기라는 점이다.

첫 번째 이유로 암수술을 하는 의사들 사이에서 암묵적으로는 유방암 수술의 난이도가 다른 암수술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는 선입견이 있다. 이는 유방이 생명을 유지하는 필수 장기가 아니므로 수술 후 합병증으로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 그리고 해부학적으로 유방은 몸의 바깥 장기로 접근 및 제거가 내장 장기보다 수월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여성성의 상징 때문에 실제로 환자들이 느끼는 무게감은 사뭇 다르다. 진료현장에서의 경험상 대부분의 '진행성' 유방암의 진단 과정은 이렇다.

40대 직장인 A씨, 언제부터인지 한쪽 유방에 멍울이 만져진다, 가끔 생리나 배란기 즈음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가 저절로 작아지곤 해서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런데, 이번엔 생리가 끝나고 한참 지났는데 줄어들지 않는다. 병원에 가볼까 했지만, 만져도 아프지 않고, 바쁜 일상에서 시간 내기도 쉽지 않아 고민하다가 깜박 넘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샤워 중 같은 쪽 겨드랑이에서 강낭콩을 만지는 것 같은 느낌의 무언가가 만져지는 것을 발견한다. 불안한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 보거나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뭔가 잔뜩 안 좋은 말들이 많이 쓰여 있다. 부랴부랴 시간을 내어 잔뜩 긴장한 채로 진료실에 들어와 앉아있다. 담당 의사가 멍울을 슬쩍 만져보는 순간,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지만 이내 건조한 목소리로 "언제부터 이렇게 되셨어요?"라고 물으면서 시선은 모니터에 고정한 채로 "일단 유방 초음파 검사를 해보겠습니다"라고 한다. 초음파를 보는 의사도 흠칫하는 것 같은데 별다른 말없이 결과는 꼭 듣고 가라고 한다. 다시 진료실에 왔더니 조직검사를 바로 하는 게 좋겠다고, 결과는 일주일쯤 걸리는 데, 보호자와 같이 오시라는 말을 듣는다. 어떻게 가는 지도 모르게 한 주가 지나고, 설마? 하는 맘으로 남편과 같이 진료실을 찾는다. 담당 의사는 한숨을 푹 쉬더니 "조직 검사 결과가 좋지 않아 죄송합니다. 유방암이군요…" 갑자기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한다.

"좀 더 검사를 해보아야 하겠지만, 겨드랑이에 임파선도 커져있고 종양의 크기도 상당해서 수술과 항암을 병행해서 치료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유방암은 예후가 매우 좋은 편에 속하니 치료를 성실히 잘 받으시면 어쩌고 저쩌고…"

의사 입장에서 '불행 중 다행'이라는 식의 위로는 위에서 언급한 두 번째 이유로, 환자들에게는 거의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유방암 진료를 시작한 지 한참이 돼서야 깨달았다. 유방암으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같은 무게로, 향후 치료과정에서 자신의 여성성의 상징인 유방을 아예 잃거나, 적어도 원치 않는 모습으로 변형이 올 것이라는 극심한 상실감을 환자들은 그 순간 이미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보호자들이 말하는, '괜찮아, 생명에 큰 지장이 없다니 얼마나 다행이야, 그리고 수술 후에도 내가 당신을 보는 시선은 결코 바뀌지 않을 거야~'라는 판에 박힌 위로보다는 그녀들이 느낄 그 커다란 상실감에 가슴깊이 공감하며 조용히 안아 주실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송휘헌 기자 hhso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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