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 한·일 청소년 스포츠 교류
초·중학생 436명, 페어플레이 펼쳐
유니폼·현수막엔 양국 국기 제외

6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제23회 한·일 하계 청소년 스포츠교류 5개종목(축구, 농구, 배구, 탁구, 배드민턴) 가운데 농구 초등부에 참가한 한·일 양국 선수들이 경기가 끝이 나자 서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정재훈 기자
6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제23회 한·일 하계 청소년 스포츠교류 5개종목(축구, 농구, 배구, 탁구, 배드민턴) 가운데 농구 초등부에 참가한 한·일 양국 선수들이 경기가 끝이 나자 서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정재훈 기자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그곳엔 ‘보복’도 ‘분쟁’도 없었다. 오히려 어른들보다 더 원칙에 따랐고, 결과에 승복하며 서로를 존중했다.

6일 경기 5일 차를 맞은 ‘제23회 한·일 청소년 하계 스포츠 교류 프로그램’ 현장은 냉각된 한일관계가 무색할 정도로 화기애애했다.

영원한 강자도, 약자도 없는 경기 코트 위 학생 선수들은 그저 정해진 룰 대로 페어플레이에 최선을 다했다. 스포츠로 하나 된 이들에겐 한일갈등은 그저 어른들의 싸움일 뿐이었다.

지난 2일부터 6박 7일간의 일정으로 대전에서 진행 중인 이번 청소년 스포츠 한일 교류는 5종목 436명의 한일 초·중학생 선수들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 급격한 한일 관계 악화로 정상 추진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스포츠와 정치는 별개로 접근해야 한다는 정부 기조를 반영했다.

이날 오전 한밭종합운동장과 충무체육관은 열띤 응원 속에 각각 초·중등부 축구와 농구경기가 펼쳐졌다. 차가운 한일관계도, 뜨거운 폭염의 기세도 이들의 스포츠 열정을 꺾지 못했다.

농구경기에 참여한 대전중 박귀환(15) 군은 “뉴스를 보고 한국과 일본이 사이가 안 좋은 것을 알게 됐는데 스포츠는 별개라고 생각한다”며 “친구들과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농구경기 하는 순간만큼은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만 겨룰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을 찾은 일본 학생 선수들 역시 그저 한국과 또래의 한국 학생이 신기한 평범한 청소년들이었다.

교토에서 온 테라모토 쇼세이(16) 군은 “처음에 부모님께서 한국 가기 전 걱정을 많이 하시긴 했다. 하지만 워낙 한국에서 스포츠 한일교류에 대한 의지가 강해 마지막엔 안심을 하신 것 같다”며 “한국 학생들이 먼저 말도 걸어주고 친절하게 대해 줬다. 지금은 스마트폰 번역기를 사용해 한국 친구를 3명이나 사귀게 됐는데 평생 잊지 못할 경험과 추억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만 일부 시민들의 항의로 올해는 전 종목 유니폼과 현수막에 양국 국기가 빠진 채 경기가 진행된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경기장을 찾은 한 학부모는 “아이가 아직 어리고 자칫하다 잘못된 국가관을 가질까봐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기 전 걱정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어른들의 정치논리로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교류 프로그램의 취지가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적극 권장했다”고 말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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