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충청본부장

아주 멀지 않은 옛날 어느 농촌 마을 저녁. 전(煎·생선이나 고기, 채소 따위를 얇게 썰거나 다져 양념을 한 뒤, 밀가루를 묻혀 기름에 지진 음식을 통틀어 이르는 말)을 부치는 기름 냄새가 온 마을을 휘감는다. 분명 어느 집의 제삿날이다. 제삿날이 되면 잘 살고 못 사는 집 관계없이 전을 반드시 부친다. 제수용 음식에서 사정상 일부 음식은 빼놓아도 되지만 이 전만큼은 한의원의 감초 격이었다.

그러니 들기름 냄새가 온 마을에 진동할 수밖에 없다. 왜 제삿날에 반드시 전을 부쳐야만 했는가.

제사는 조상의 신령(神靈)에게 음식을 바치며 기원을 드리거나, 돌아가신 조상을 추모하는 의식이다. 그냥 제사를 지내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돌아가신 조상신을 모셔 와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명계(冥界:지하세계)로 간 조상신을 모셔올 것인가.

귀신(鬼神)들은 기름 냄새를 무척 좋아한다고 한다. 해가 넘어가기 전부터 집안에 기름 냄새를 풍겨 조상신들에게 신호를 보내야 한다. 그렇다고 기름을 집 구석구석에 뿌릴 수는 없는 일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기름을 이용한 요리였다.

이렇게 해서 등장한 제수용 음식이 바로 간납(肝/干納)이다. 육류·어패류·채소류 등을 각각 작게 잘라서 쓰거나 꼬챙이로 꿰어서,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을 입힌 다음 기름에 부쳐 지져낸 음식이다. 요즘 꼬치구이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동물 간으로 만든 육간납, 생선으로 만든 어간납으로 크게 분류하기도 한다. 간납은 진설법에 따라 3열(보통 가로 5열)에 놓는다. 어동육서(魚東肉西)에 따라 육간납은 서쪽에, 어간납은 동쪽에 놓는다.

신을 부르는 음식으로 이런 전만 필요하지만 제삿날에는 대부분 덤으로 김치, 파 등과 밀가루 등을 반죽해 부침개(기름전)를 요리해 진설하기도 했다. 확실하게 기름 냄새를 피워 보다 쉽게 조상신을 모셔 오는 하나의 방법이었지만, 사실 제사 핑계 대고 굶주린 배를 채워보자는 속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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