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손님↓…상인들 시름, 채소·수산물 관리하기 고되
그늘막 없는 고령상인 위태, 태풍소식…농산물값 급등 걱정

▲ 대전 중앙시장이 한산한 모습. 선정화 기자

[충청투데이 선정화 기자] “오늘은 제발 하루 밥값이라도 벌어가고 싶네요.”

6일 오전 11시경 대전 중앙시장에서 야채를 파는 상인 A(56·여) 씨는 기자가 건네는 말에 채소에 연신 부채질을 해대면서 이같이 말했다.

연일 체감온도 40℃를 육박하는 폭염으로 재래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앉아만 있어도 쉴새 없이 땀이 흐르는 폭염이야 참아 보겠지만, 손님이 줄면서 떨어지는 매출에 속마저 타들어 가고 있다.

A 씨는 “오늘 아직 개시도 못했다"면서 “시금치, 파 같은 야채는 색깔이 선명해야 되는데 날이 뜨거우면 색이 변하고 점점 희미해져 상품 가치를 잃어버린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그는 이어 “요즘 하루 매출이 5만원도 안될 때가 허다한데 오늘은 제발 밥값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수산물을 취급하는 상인들은 올해 무더위가 더욱 야속하다.

생선을 판매하는 상인 B(55·여) 씨는 더운 날씨에 얼음이 금세 녹아내려 생선이 상할까 싶은 노파심에 한시도 자리를 비우지 못하고 있었다.

고온에 취약한 어패류라 관리에 더 신경이 쓰이는 탓이다.

▲ 대전 중앙시장 휴점한 점포의 안내문. 선정화 기자
▲ 대전 중앙시장 휴점한 점포의 안내문. 선정화 기자

B 씨는 “지속적으로 얼음을 갈아주고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 생선도 안 팔리면 폐기처분해야 하니 하루하루가 적자”라며 “얼음 유지비가 2㎏ 기준 한 달 7포대 이상 쓰는데 80만원은 든다”고 울분을 토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급기야 장사보다는 휴점을 택한 점포들도 보였다.

시장 관계자는 “그나마 여유가 있는 상인들은 가게 문을 닫고 휴가를 선택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휴가마저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는 분들이 더 많다”고 전했다.

그나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인들은 선풍기와 부채 등으로 연신 더위를 달래보지만, 더운 열기 탓에 시원한 바람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아케이드 천장 아래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낫다. 중앙시장 초입에서 제대로 된 그늘막 없이 채소 등을 팔고 있는 나이 지긋한 상인들은 더위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태풍소식까지 겹쳐 상인들의 근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과일·야채 가게를 운영하는 C(60·여) 씨는 "올해는 불경기가 심해 손님이 지난해보다 절반가량 줄었다”며 “태풍까지 오면 농산물 가격도 급등해 마진도 절반가량은 더 줄어들 텐데 걱정이다. 폭염이 심해 지난주는 오이 1개에 3000원까지 올라갔었다”고 말했다.

중앙시장 먹자골목에서 서리태, 참깨 등을 판매하는 D 씨는 “가건물이라 태풍에 피해를 입진 않을까 걱정이다. 오늘은 단단히 동여매고 일찍 들어갈 생각”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선정화 기자 sj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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