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정치권 ‘프레임戰’ 치열
도의회·시의회 규탄 한목소리
“기업사활 … 정치권 셈법 안돼”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경제보복 조치와 관련해 최근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회는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사거리에 '다시는 지지 않습니다'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자유한국당은 '총선에 안보도 경제도 팔아먹은 민주당'이란 글귀가 담긴 현수막을 각각 내걸었다. 이민기 기자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경제보복 조치와 관련해 최근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회는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사거리에 '다시는 지지 않습니다'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자유한국당은 '총선에 안보도 경제도 팔아먹은 민주당'이란 글귀가 담긴 현수막을 각각 내걸었다. 이민기 기자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경제보복 조치를 둘러싼 '반일 대 친일' 프레임이 급부상하면서 충북 정치권은 이를 내년 4·15 총선과 연결해 현격한 시각차를 보이며 정면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다만 충북도의회와 청주시의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일본 정부를 맹성토하는 기류다.

'반일 대 친일' 프레임을 배경으로 한 여야의 현수막이 청주 시내 곳곳에서 나부끼고 있다. 실례로 유동 인구가 많은 흥덕구 봉명사거리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간 힘겨루기의 단적인 장면을 엿볼 수 있다.

민주당 흥덕지역위원회는 '다시는 지지 않습니다', '일본 경제전쟁에 당당히 맞서겠다'는 문구 등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은 반면, 한국당은 '총선에 안보도 경제도 팔아먹은 민주당', '민주당 한일갈등 총선전략'이라고 규탄한 현수막을 바로 옆에 게시했다.

앞서 민주당 중앙당은 지난 5일 '대한민국이 이깁니다', '일본 경제전쟁에 당당히 맞서겠다'고 적힌 현수막을 전국 시·도당에 배포했고, 한국당은 지난달 30일 '무너지는 한국경제가 민주당에겐 한낱 총선 호재였습니까?'란 현수막을 각 시·도에 게재했다.

민주당은 일본을 사실상 적(敵)으로 간주하고 있고, 한국당은 일본보다는 한국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민주연구원이 최근 '한일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차기총선에서 민주당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한 점 등이 기저에 깔려있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여당은 애국 마케팅을 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고, 한국당은 여권의 경제실정으로 몰고 가는 모양새"라고 풀이했다. 이 관계자는 "총선까지는 8개월이나 남았다. 길다면 긴 시간"이라며 "총선 전에 어떤 또 다른 대형변수가 돌출할지 모른다"고 예상했다.

충북도의회와 청주시의회의 여야는 총선 프레임전(戰)과는 '결'이 다른 행보를 하고 있다. 도의회는 6일 도의회 현관 앞에서 '일본 경제보복 강력 규탄 결의대회'를 개최했고, 이에 앞서 시의회는 지난달 23일 성명서를 내고 일본정부를 성토했다. '반일 대 친일' 프레임이 광역 및 기초의회까지는 아직 스며들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중앙당 차원의 공방이 격해지고 특히 '반일 대 친일' 프레임이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커지면 지방의회가 '같은 듯 다른' 행태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역 경제계 일각에서는 현 시국을 기업의 '사활'이 걸린 절체절명의 상황으로 진단하면서 정치권이 일본의 경제보복을 총선과 엮어 바라보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죽고 사는 문제로 정치적 잣대나 셈법으로 경제에 접근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