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부채 증가율 평균 상회
상호금융 대출 비중 급상승세
일부는 폐업·파산 위기 직면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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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충청권 자영업자들이 빚의 늪에 빠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크게 증가 데다 폐업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빚을 내면서 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진 것으로 보인다.

장사는 안 되는 상황에서 빚더미에 허덕이며 버티는 충청권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강유진 기획금융팀 과장이 발표한 '대전·세종·충남지역 가계부채 상황 및 채무상환능력 평가'에 따르면 대전·세종·충남지역의 가계부채 중 자영업자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분기 말 14.6%이다.

기간별로 보면 전체 가계부채 중 자영업자 보유 비중은 2014년(10.5%)에 비해 4.1%p 늘어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영업자가 기업대출로 차입한 부채까지 고려하면 전체 부채도 늘고 있는 모습이다.

자영업자 부채는 개인사업자대출(기업대출)과 가계대출로 구분되는데 대부분의 자영업자는 두 가지 대출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대전·세종·충남의 자영업자 부채 38조 5000억원 중 개인사업자대출 및 가계대출은 각각 60.3%, 39.7%로 구성됐다. 개인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모두 보유한 자영업자 차주의 부채는 전체의 86.2%이다.

업종별 자영업자 부채는 부동산업(임대업 포함)이 전체 33.5%로 가장 높고 도소매업(11.6%), 음식숙박업 및 제조업(각각 6.6%) 순이었다.

충청권 자영업자들의 부채규모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말 자영업자의 부채규모는 38조 5000억원으로 2014~2018년 중 연평균 17.0% 증가해 전국 평균(12.5%)을 상회한다.

지역별 자영업자 부채를 살펴보면 지난해 말 충남이 20조 8000억원, 대전이 14조 6000억원, 세종이 3조 1000억원으로 분포됐다.

증가율 추이를 보면 세 지역 모두 전국 평균보다 높은 편이다. 2014~2018년 중 연평균 증가율은 세종이 41.8%로 가장 높고, 충남(16.2%), 대전(15.3%)도 전국 평균(12.5%)에 비해 2.8~3.7%p 높다.

은행에서 대출이 막힌 자영업자들은 비은행권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금융업권별 자영업자 대출을 보면 지난해 4분기 말 은행권이 22조 1000억원이다.

비은행 16조 4000억원에 비해 많은 편이나 비은행권 비중이 2016년 이후 상승하는 등 비은행권 의존도가 커지는 상황이다. 비은행업권 전체 자영업자 부채 중 상호금융 비중이 79.4%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동 비중은 2016년(73.1%) 이후 빠른 상승을 지속하고 있다.

한계 상황에 몰린 자영업자들은 빚을 내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내수경기 악화와 임대료 상승, 최저임금 인상 등이 맞물린 가운데 빚에 짓눌린 자영업자들이 파산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대전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안모(49) 씨는 “은행 빚 갚는 것도 벅찬데 최저임금까지 올라 아르바이트생 없이 혼자 12시간씩 일한다”며 “장사가 잘 안돼 대출이 연체될까 걱정되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파산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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