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지능·초연결·초융합… 디지털 제조 혁신 2]
이상지 국회 세계특허(IP)허브국가 추진위원회 운영위원장, 정부, 세계 4대 제조강국 목표… 기존 IT 솔루션 한계
‘3D 프린팅 기술’ 제품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디지털화, 항공기·자동차·건설업·의료 등 활용 정밀·신속·저렴
‘디지털 제조 시스템’ 다양한 제품, 한 기계로 제조 가능, 3D 프린팅기술·로봇공학·인공지능 등 작업 유연성↑
‘산업플랫폼’ 제품·시장 따라 최적의공장 설계도 완성, 빅데이터 실시간 분석해 고장 예방…맞춤형 제품 출시

◆들어가며

세계적으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정부는 2019년 6월에 2030년까지 세계 4대 제조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및 전략'을 발표하였다. 신산업을 새로운 주력산업으로 기존 주력산업은 혁신산업으로 차별화하고 성공적인 추진을 하는 등 다양한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은 2011년부터 첨단제조 전략과 매뉴팩처링 USA를, 독일은 2012년부터 인더스트리 4.0을, 중국은 2015년부터 중국제조 2025를, 일본은 2016년에 Society 5.0 전략을 마련하고 커넥티드 인더스트리 전략 등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한 제 각각의 제조혁신 전략을 수립하고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다. 우리도 2014년부터 제조혁신 3.0 전략을 마련하였으나 주로 IT 솔루션 도입 정책 중심으로 추진된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 사업은 내용이 미흡하고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솔루션 도입 후 기초적인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수집 저장되지만, 데이터 가공 및 분석을 통한 유용한 정보 생산 및 활용을 통한 생산라인 지능화는 물론이고 자동화도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솔루션 공급기업이 규모가 영세하고 운영인력이 부족한 경우 유지보수 등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본 고에서는 3D 프린팅 기술, 디지털 제조시스템, 산업플랫폼을 중심으로 미래의 제조혁신 전략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3D 프린팅 기술

3D 프린팅 기술은 제품 설계, 시제품 제작, 테스트, 생산, 창고, 물류 등 전체 제조 공정을 완전히 디지털화하는 핵심 기반이다. 디지털 제조기술로 혁신을 선도하는 산업분야는 항공기와 자동차, 건설업, 의료, 가구, 의류 등 다양하다. 몇 가지 실제 사례(참조: 리처드 다베니, 넥스트 레볼루션 - 플랫폼과 제조업의 미래를 뒤바꿀 디지털 혁명, 2018년 12월 14일, 부키) 들 통해 살펴 볼 수 있다.

항공기 제조업체인 록히드마틴은 3D 프린팅 특허 기술을 적용하여 F35 전투기의 기체와 날개를 생산할 수 있는 매우 가볍고 강한 복합소재를 개발하였고, 항공기 동체는 물론 조종석, 이착륙장치, 내장된 전기배선 등 내부 구조물 전체를 약 3개월 만에 프린팅하였고, 제작기간을 3주로 단축하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특이한 점은 수억 달러 이상 소요되는 기존의 거대한 항공기 제조 공장 대신 모듈화하여 컨테이너에 싣고 쉽게 이동이 가능한 디지털 제조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또한 자동차, 선박, 토목 장비, 농기계 등 거의 모든 종류의 복잡한 기계도 유사한 방식으로 제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기업인 로컬모터스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협업하는 클라우드 소싱 기법으로 설계한 오프로드 자동차를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하여 2010년에 최초 출시하는 데 12개월이 걸렸다. 또한 세계 최초의 상업용 3D 프린팅 자동차인 로컬모터스 스트라티는 일부 부품(고무 타이어, 브레이크, 배터리, 전기엔진 등)을 제외한 약 75%가 3D 프린팅으로 제작되었다. 기존의 자동차 부품 수는 약 3만개인데 반해 50개의 개별 부품으로 구성되고 프린팅에 소요된 시간은 약 44시간에 불과하다. 3D 프린팅 기술로 혁신을 선도하는 또 다른 분야로 건설업이다. 예술성이 가미된 초현대식 곡선형 건물도 로봇 프린터를 이용하여 많은 작업 과정이 더욱 정밀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고 비용은 훨씬 저렴하다. 보청기, 치아 교정기, 인공관절, 인간 장기 등 바이오 분야에서도 혁신이 가능하다. 전 세계적으로 청력을 상실한 수억 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청기 산업 분야에서 시장을 주도하는 스위스 보청기 제사인 포낙은 환자 맞춤형 보청기를 3D 프린터로 1500만개 이상을 생산 공급함으로써 대량 생산가능성을 열었다.

인공관절 산업에서 3D 프린터가 주목할 만한 혁신을 이루고 점차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정교하게 설계한 환자 맞춤형 인공 관절은 티타늄을 재료로 분자 수준까지 정밀하게 측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된다. 환자의 뼈와 인공 관절의 구조가 딱 맞을 경우 소위 생물학적 접착이라는 과정을 통해 환자에게 이식한 인공 관절이 생체 뼈와 자연스럽게 결합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세계적으로 인체 장기 이식의 약 70%를 차지하는 신장의 경우 환자 수에 비해 이식 가능한 신장 수의 비율이 약 20% 수준으로 부족하다. 환자가 투석을 하면서 대기하는 시간이 대략 2년 ~ 3년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3D 프린터로 제작된 환자 맞춤형 장기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인체 장기의 제작에 필요한 재료는 세포 배양 등을 통해 만드는 소위 바이오 잉크이다. 바이오 잉크 개발을 위해 세계적으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일부대학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지털 제조 시스템

디지털 제조시스템은 장난감에서부터 자동차, 비행기, 군사장비, 발전설비, 건축자재, 초소형 전자장비 등 다양한 제품을 하나의 공장에서 동일한 기계로 제조할 수도 있게 한다. 3D 프린팅 기술을 중심으로 로봇공학, 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증강현실, 사물인터넷 등을 포함하는 디지털 제조기술 패키지로 제조 작업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 목표 중의 하나다. 단순히 시제품 제작과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의 작업의 확장하는 수준을 넘어, 처음부터 3D 프린팅 중심의 제조로 얻을 수 있는 혁신을 위해 전체적으로 재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의 제조 방식에서 탈피하여 조립라인을 재조정하고 일부 라인은 고객 맞춤형 제조를 가능하게 구성하고 일부는 더 복잡한 설계를 적용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산업플랫폼

플랫폼은 애플,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 등 기술 대기업들이 보유한 경쟁력의 핵심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기존의 플랫폼은 마케팅과 판매를 최적화하고 정보를 이용하여 가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데 주로 활용되었다. 제조업의 혁신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지역적으로 분산된 3D 프린팅 생산 시설을 상호 연결하여 구성하고 조정할 수 있는 최적화된 디지털 산업플랫폼이 요구된다. 특히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이 융합된 디지털 산업플랫폼은 제조 공장의 설계, 건설 및 운영의 전 단계에서 핵심적이고 실효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제조 공장의 설계단계에서는 목표로 하는 제품 유형, 재료, 생산 프로세스, 규모, 판매 방법, 시장의 변화에 따른 확장성 등에 따라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화된 공장 설계도를 완성한다. 건설 단계에서는 설계도에 적합한 3D 프린팅 제조 장비, 데이터 통신 네트워크, 운영 소프트웨어 등을 선정하고, 건설 후 시험 가동을 통해 적정성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운용 단계에서는 제조 공장의 각종 시설과 장비에 구비된 다양한 센서에서 생성되는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생산 중단에 이르는 큰 고장을 미리 예방함으로써 획기적으로 운용유지비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디자이너, 엔지니어, 마케터, 고객 관리 전문가, 판매 관리자, 서비스 전문가 등이 융복합으로 하나의 팀을 이루고 디지털 산업플랫폼을 통해 제품 개발 프로세스는 수 일 또는 수 시간으로 크게 단축되고 신속하게 갖가지 맞춤형 제품의 출시가 가능해질 것이다.

◆마치며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제품을 더 높은 품질과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빠르게 서비스하는 것은 기업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를 위해 비용, 시간, 에너지, 자원 등을 덜 낭비하면서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제조업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3D 프린팅 기술과 산업플랫폼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제조업 르네상스라는 국가 비전과 목표에 이르는 첫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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