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남 대전광역시 민생정책자문관

전국 어디서든 접근이 편리한 도시, 국가과학기술 기지이자 기술사업화의 원천인 도시, 3청사의 입지로 중앙정부행정을 분담하는 도시, 18개 대학의 소재와 청년인구의 유입·출이 활발한 도시, 바로 대전이다. 정부기능분산과 과학기술기반 국가성장정책의 결과 대전은 인구구성비로 전국에서 석·박사가 가장 많은 도시, 공직자가 많은 도시가 됐다.

과학기술과 고급인력의 집적, 국제연구개발협력 등으로 세계의 과학기술개발 동향과 트랜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곳, 인구사회학적 변동에 의한 행정수요의 변화와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아래로부터의 행정혁신이 가능한 지역이기도 하다. 객관적 도시 특성이나 발전의 이행조건만 놓고 보면 수도권을 제외한 타 지방도시에 비해 월등하게 좋은 조건을 가진 것에 틀림없다. 국가균형발전정책의 대상지로서 대전을 제외하는 논거로 정부나 청와대가 대덕연구단지와 3청사를 언급하는 것은 이런 이유다.

하지만 국가균형발전정책의 결과물인 세종시가 대전과 충남지역에 큰 혜택이고, 다른 정책적 고려대상에서 제외해야 마땅하다는 판단은 '도시'를 인간의 필요와 욕망을 배제한 채 물리적 구조물로만 이해한 단견에 지나지 않는다. 세종시는 건설의 당위성과 다른 층위에서 독자적인 성장논리를 가지며, 정부정책에 의하여 자족기능이 지속적으로 확충되고 있다. 그 결과 세종시는 인접도시인 대전과 충남북의 인구를, 부와 자원을 흡수하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 오히려 세종시의 존재 때문에, 연구개발특구의 전국적 확산으로 집적효과가 급속하게 이완된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존재 때문에 대전과 충남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부여하는 차별화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전과 충남의 혁신도시 지정 요구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가 말하는 혁신도시 시즌 2는 혁신도시 1단계 사업의 정책적 부작용과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다. 혁신도시로 인한 기존 도심의 급격한 쇠퇴와 혁신도시 내부의 자족기능 부족을 해소하는 바람직한 전략은 구조적, 기능적 한계를 가진 혁신도시를 독립적으로 키우는 방식이 아니라 두 도심의 연결과 기능적 상호작용을 촉진하도록 광역적으로 보완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행정중심도시 세종시와 생명바이오, 철도산업이 특화된 충북, 연구개발기능과 사업화실증단지가 융합하는 대전 혁신지구의 삼각 축 연합혁신도시 구상이 가능하다. 대덕연구단지와 세종, 충북혁신도시를 지리적으로 연결하고 산업적 측면에서 기능적 연계와 보완이 가능한 화학신소재분야와 ICT, 철도, 건강, 생명바이오가 융·복합된 클러스터를 구현하기에 대전은 최적지다.

대전시는 그동안 중앙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혁신도시 추가 지정과 더불어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의 대전이전을 설득해 왔다. 지난해부터 물밑작업을 시작해 현재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혁신도시추진단을 가동 중이다. 중앙·지역정치, 행정과의 협의와 협력, 시민사회와의 소통, 언론과의 교감과 홍보 등을 진행하고 있으나 충분하지 않았다. 정부와 청와대, 국회를 설득할 논리를 더 개발하고, 시민사회와 경제, 정치, 행정이 참여하는 범시민추진위원회를 출범해 시민의 기대와 힘이 드러나도록 할 예정이다.

대전이전요청 공공기관은 과학기술분야를 위시해 철도, 금융, 지식관련 20여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안전재단을 대전에 꼭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대전에 위치하고, 원자력안전기술원과 통제기술원도 있어 원자력정책의 공간적 통합성과 반응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혁신도시가 인구감소시대 쇠퇴하는 지방을 겨우 지탱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수도권 과밀을 반드시 해소하고 혁신성장의 거점으로 미래 먹을거리를 만들어내도록 진화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시대 혁신성장의 모델을 비수도권에서 가장 강력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 대전이다. 정부를 향하여 줄 세우는 지방도시간 경쟁방식이 아니라 닫혀가는 지방의 성장판을 되살리는 혁신도시시즌2가 되도록 지역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대통령과 국회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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