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석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8월 2일자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격화된 한일 관계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 빅뉴스에 가려져 많은 조명을 받지 못했지만, 교육계에 있는 이들에게는 의미가 작지 않은 소식이다.

개정 법률에 따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가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 설치)되고, 경미한 사안에 대해 학교장 자체 해결제도가 도입된다.

학교폭력의 경중은 네 가지 기준으로 구분하도록 했다. 2주 이상의 신체적·정신적 치료를 필요로 하는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은 경우,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복구된 경우, 학교폭력이 지속적이지 않은 경우, 학교폭력에 대한 신고, 진술, 자료제공 등에 대한 보복행위가 아인 경우 등 기준을 모두 충족할 때 경미한 사안으로 분류된다. 교육지원청에 설치되는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는 전문가 등을 포함하여 10명 이상 5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전체 3분의 1 이상은 교육지원청 관할 구역 내에 있는 학부모를 위촉해야 한다.

개정안 통과에 대해 전교조, 교총 등 교육단체와 현장 반응은 일단은 환영 분위기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기존 학폭법은 그 입법 취지와 기대와 달리 학교를 민원과 소송 등 갈등을 증폭시키는 데 기여했다. 또 수많은 행정 절차를 요구하여 업무를 팽창시킴으로써 현장 교사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 왔다. 무엇보다도 사소한 갈등조차도 사법 절차를 방불케 하는 학폭위에서 처리하게 함으로써 학교의 교육적 기능을 약화하는 데도 일조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학폭위의 교육지원청 이관은 전문성에 기반한 대응력 강화, 학교 업무 경감, 재심 또는 소송의 감소 효과가 기대된다. 아울러 학교 폭력 사안에 대한 학교 재량권이 확대되어 반성과 재발 방지, 치유와 관계회복을 위한 교육적 접근에 더 힘을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환영의 목소리를 내는 근거다.

그러나 중대 사안 처리를 위한 교육지원청의 위원회가 처음부터 잘 운영될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교육지원청의 규모에 따라 처리할 수 없을 정도의 학교폭력 사안이 쇄도할 수도 있다. 인력과 체제 등 준비에 철저히 해야 할 때이다. 또 경미 사안 처리를 잘 할 수 있도록 학교에 구체적 매뉴얼도 보급되어야 할 것이다. 지속적 지원과 컨설팅이 필요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개정 법률이 현장에 잘 안착하려면 교육청뿐 아니라 학교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관련 제도 정비 등 후속 조치가 섬세하고 광범위하게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한 세미나에서 학폭위 이관이 이뤄지면 최소 30% 정도는 업무경감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학폭위 하자의 42%가 절차적 문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자면 여전히 학교는 70%의 업무 부담을 떠안아야 하고, 58%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요컨대 새로워진 학폭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정 사항으로 학교는 어느 정도 부담을 덜고 절차와 관련된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 폭력 문제는 학교가 해결해야 할 오래된 숙제다. 달라진 여건 속에서 아무쪼록 학교가 교육적 순기능을 더 높여 나가길 바란다. 학교폭력 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학생들의 평화로운 심성과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다. 학교가 이를 기르는 데 진력할 수 있도록 지원과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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