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로 규정된 대학교수 정년이 과다하다는 사람들이 있다. 공무원 60세, 초중등 교원의 경우 62세인데 65세는 너무 길지 않는냐는 것이다. 대학교원은 임용되는 연령이 일정치 않고 박사학위 취득 및 강사 생활 등으로 이즈음에는 빨라야 40대 초반, 경우에 따라서 50대, 더러는 60대에 접어들어 초임발령을 받기도 하니 실제 근속 연수를 감안한다면 65세 정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셈법도 나온다.

한편 고령사회가 진전되면서 정년연장이 현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젊은이들의 일자리 잠식과 맞물리면서 논의가 더딘 현실이다. 과거 60~65세에 퇴직하여 길어야 10년 정도 여생을 보내곤 했는데 이제 수명 연장에 맞물린 여러 사회 아젠다가 부상하고 있다.

대학에서 정년퇴직을 한지 꼭 1년이 되었다. 그동안 연구실 창문으로 바라보던 세상을 밖으로 나와 현장에서 대하니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정년에 관계없이 계속 현업에 종사하는 직군도 많다. 의사 약사 변호사 변리사 법무사 노무사 등 자격증이 있는 직업군, 자영업에서 재벌 총수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기업 관련 직종이 언뜻 떠오르는데 정치인, 관료 역시 이 범주에 포함된다. 특히 국회의원의 경우 선거에서 당선되면 연령에 관계없이 영원한 현역의 혜택을 누린다.

이즈음 국회의 파행을 보며 선수(選數)가 쌓인 원로, 중진 국회의원들의 지혜와 활약을 기대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여러 번 당선되어 정치 경륜이 축적되면 나름 위기해법 능력도 자연히 겸비할 것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 우리 국회에는 8선 의원을 비롯하여 3-4선이상 중진이다수 포진하고 있지만 끝없이 계속되는 식물국회를 타개할 묘책과 암중조정 적어도 원로의 대쪽 같은 일갈… 그 어느 것도 찾아볼 수 없다.

다선의원이 되도록 계속 뽑아준 것은 이들의 오랜 경험과 위기조정 능력 그리고 정치발전을 위한 헌신에 대한 기대감인데 실망이 크다. 일본 아베 정권이 저렇게 오만한 폭거를 서슴지 않는 것도 90대, 96~98대 네 차례 총리 재임이라는 장기집권의 자만심에 바탕을 두고 있는듯 하다.

꼭 8개월 남은 21대 총선, 이제는 원로, 중진, 중견, 신예 등 여러 부류를 모두 한데 뒤섞어 놓고 그간의 활동평가와 함께 비상한 안목과 판단으로 인물 고르기에 나서야겠다. 그런데 워낙 정치불신, 의회환멸이 깊어 자칫 투표율 저하로 이어져 또다시 엉뚱한 인물이 당선될까 두렵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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