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식자재마트 ‘우후죽순’
취급상품 많고 할인폭도 크지만
유통산업발전법 규제 적용 안돼
대전 24곳… “인근상권 전멸 수준”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파는 중대형 식자재마트가 지역에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골목상권을 잠식해가고 있다. 다양한 제품과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지만 규제 사각지대 탓에 제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애초 식자재마트는 자영업자들이 각종 식재료를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든 유통채널이지만 대부분 일반 소비자도 별다른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이곳은 식자재뿐 아니라 생활용품과 가전제품 등 다양한 상품까지 취급한다. 포인트 제도와 배달 서비스까지 운영해 사실상 일반 대형마트와 별반 차이가 없다.

문제는 식자재마트의 경우 이마트나 홈플러스 등 대기업 계열 대형마트가 적용받는 유통산업발전법상의 규제를 전혀 받지 않다 보니 소상공인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 반경 1㎞를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설정하고 3000㎡ 이상 면적을 가진 대형마트 입점을 제한한다.

전통상업보존구역이 아니더라도 대형마트는 기본적으로 의무휴업일 지정,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도 받는다. 면적이 3000㎡ 미만이라도 대기업 계열 점포일 경우 '준대규모점포'에 해당해 규제 대상이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전통상업보존구역 1㎞ 내에는 출점이 어렵고 의무휴업이나 영업시간 제한 규제도 동일하다.

반면 지역 내 들어서는 식자재마트는 면적이 3000㎡를 넘지 않고 대기업 계열이 아니란 이유에서 유통산업발전법상의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 전통시장과 근접하거나 24시간 영업을 하며,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식자재마트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유다.

현행법으로 대형마트에 대한 출점 제한이 이뤄지는 사이 식자재마트는 빠르게 골목상권을 점령하고 있다. 현재 국내 포털 사이트에 등록된 대전지역 식자재마트는 24곳에 달한다.

지난 5월 유성구 지족동에 문을 연 식자재마트는 인근 상권을 빠르게 잠식했다. 2㎞이상 떨어진 대전 노은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근 상인들 사이에서는 상권이 전멸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대전 노은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관계자는 "식자재마트가 생긴 이후 매출이 10% 이상 줄었다"며 "채소·정육·쌀·과일·생선 등 생필품뿐만 아니라 공산품 등 다양한 상품을 팔고 있어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지역 상인들은 우후죽순 들어선 식자재마트를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 타 지자체에선 '입점 제한'을 조례로 제정하고 있다. 대구시는 전통시장과 상점가를 보호하고자 전국 처음으로 조례를 통해 식자재마트 등 중형마트 확산에 제동을 걸었다. 2015년 전통시장과 골목 상점가 1㎞ 이내에 식자재마트 등의 진입을 제한하는 '서민경제 특별진흥지구 지정·운영 조례'가 제정됐다.

이형국 도마큰시장 회장은 "매출이나 규모 등에서 대형마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식자재마트가 규제 사각지대에서 골목상권을 잠식하고 있다"며 "시나 구에서 식자재마트 운영 실태를 파악해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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