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박래 서천군수

어느 지역에 처음 갔을 때 가장 번화한 곳의 버스정류장을 보면 그 지역 인구의 연령대를 알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바쁘게 서천군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가끔 이 말이 생각나서 차창 밖으로 버스정류장을 보면 정말 청년을 찾아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총인구 5만 3351명, 15~29세 청년 6407명(12%), 65세 이상 노인 1만 8244명(34%). 항상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서천군의 현 상황인데 지역을 이끌어 갈 청년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청년 문제를 거론하면 장기화되는 경기침체에 사회 진출을 위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취업에 성공했다 해도 부동산 가격이 젊은 세대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 내 집 마련을 엄두도 못 낸다는 사실이 가장 부각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년들은 도움을 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인식하지 않았다. 사회의 청년에 대한 시선은 스스로 자기 앞길을 찾아 나가 직장을 구하고 가정을 꾸려야 하는 존재이고 취업을 못 하고 있으면 오히려 '노력이 부족하다'며 불성실한 사람 취급받기 일쑤였다.

그러나 요즘 시대의 인식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지자체마다 청년들을 위한 정책 발굴에 앞장서고 있으며 조직 개편도 서두르면서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서천군 또한 '청년이 꿈꾸는 서천'이라는 목표로 민선 7기 비전 핵심영역을 청년으로 정해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군은 지난해 1월 청년정책위원회와 청년정책 TF를 신설해 청년정책의 기반을 마련했고 같은해 4월 '서천군 청년 정책 기본계획'을 수립, 4대 전략 17개 핵심 사업을 실시해 나가고 있다. 4대 전략은 청년참여 강화 및 기반 마련, 양질의 청년 일자리 확대, 청년문화 생태계 구축, 청년 생활안정 지원으로 현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의 욕구를 면밀히 파악해 도출한 거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청년 농촌보금자리 조성 시범사업 공모를 준비했고 8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3만 3338㎡ 규모의 청년 공동 주택단지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사업부지 선정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에서 4개 지자체를 선정하는 시범 사업이기에 선도적 입장이 돼 더욱 뜻깊게 생각한다. 30세대가량의 개별 주택단지와 청년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카페, 회의실, 육아 돌봄이 가능한 커뮤니티센터를 함께 조성해 주거와 문화가 함께하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청년의 생활 안정과 문화 생태계 구축,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청년들에게 있어 실질적으로 필요한 양질의 일자리를 구축하기 위해 청년 공공근로 일자리인 '주민자치 행정 매니저' 사업을 추진해 마을별 주민자치위원회의 실무를 보조함으로써 청년들이 능력을 기르고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주민자치위원회는 청년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통해 자치 사업을 기획하고 연령대가 높은 농·어촌의 특성상 익숙하지 않은 서류 작업과 행정 업무 처리를 도움 받아 더욱더 주민자치 사업에 집중할 수 있어 그 덕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다시 돌아가는 효과를 받는다. 청년들은 위원회의 일원으로 지역별 특성에 맞는 사업에 참여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 이번 하반기 선발에도 높은 재 참여율을 보였다.

이밖에도 충남도와 함께 '지역사회 청년 셰어하우스'를 준비하고 청년들의 참여를 위해 '한산모시문화제 청년문화기획단', '위풍당당 서천지기 청년 정책 제안' 등 콘텐츠를 기획해 청년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귀 기울여 담고 군정에 녹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서천군에서는 지난해 12월 '서천군 청년기금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해 청년기금 활용의 기틀을 잡고 2023년까지 5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해 서천군 청년들의 능력개발, 창업 육성, 문화, 예술, 생활 안정 등 다양한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며 조례를 제정하고 반년이 지난 현재 5억 원의 기금이 마련된 상태다. 불안하고 막막하기만 한 현재 상황에서도 아직 미래와 꿈이라는 희망을 가슴에 품어 도전하고 용기를 내 살아가는 우리 청년들의 모습을 보면 이들의 열정에 가슴이 벅차오르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에 아려온다. 청년들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는 부족하다고 스스로 생각해 인생을 먼저 살아온 선배로서, 서천군을 대표하는 군수로서 미안한 마음이 크게만 느껴진다. 서천군은 청년기금을 활발하게 운용해 청년들에게 날개를 달아 줄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정책을 발굴해 청년들이 꿈을 향해 마음껏 비상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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