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호 청주시 우암동 행정복지센터 주민복지팀장

어린 시절 가장 좋은 것은 ‘상장’과 ‘상품’이었다. 상품이라야 겨우 공책 한두 권이 고작이었지만 그리 좋을 수 없었다. 부모 앞에서도 어깨를 으쓱이며 목소리가 커진다. "엄마, 나 상 받았어!"

무언가를 받는 날은 설레고 긴장되는 날이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친구들 등 여러 가지 새로움을 한꺼번에 느꼈던 학창 시절의 입학식 기분이다.

입학식처럼 임용장을 받는 날도 다르지 않다.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장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임용장의 내용이 같은 것은 아니다. 승진, 전보와 보직 임용, 그리고 임용의 꽃인 신규 임용 등으로 다양하다.

이제 기존의 만났던 만남을 뒤로하고 새로운 만남을 만들어갈 시작이며 신호탄이다. 수년 동안 함께 지내 정들었던 동료와 이별하고 새로운 동료·선후배와 만나게 된다. 한 번 헤어진 직원을 다시 만나기는 가히 어렵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기에 아쉬움은 더하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업무로 새로운 동료·직원들과 함께하는 시작. 그중에는 불협화음도, 박장대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살아가는 방법임을 알기에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선임 공무원들 속에서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새내기 공무원들을 보면서 예전 20년이 훨씬 지난 나의 임용장 수여식을 기억해 보려고 하니 아련한 마음만이 기억날 뿐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합격 축하와 함께 맞춤 양복을 입은 모습은 엉거주춤 그 자체이었다. 설렘으로 시작한 첫 출근은 긴장해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신규 임용자들의 마음 또한 이와 같으리라 생각한다.

'멘토'와 '멘티'라는 말로 새내기들의 적응을 돕는 시스템이 있기도 하다. 긴 학업의 과정을 마치고 20대 또는 30대에 직장에 입학하는 이들에겐 긴장과 걱정이 있을 것이다. 먼저 배우고 아는 자들의 의무는 자신의 그 시절을 상기시키는 Remind의 수고를 아끼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잔뜩 움츠리고 긴장한 이들의 기울어진 마음에 '처음의 마음'을 기억나게 하는 Remind의 사랑을 내놓는 수고가 선배들의 발자국을 따라 조심조심 걸음을 걷는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선배들의 경험과 지혜를, 때로는 후배들의 젊은 패기와 신지식을 서로 내놓고 공유하는 기회가 되기도 할 것이다.

새로 시작하는 이들에게 해주고픈 말은 이것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 해보지 않는 좌절감을 경계하며 선배들에게 묻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좋은 결실을 맺을 것이다.

임용장을 받는 모두에게 보내는 박수 소리가 우리 귀에 더욱 크게 울리고 있다. 실패보단 성공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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