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코스타리카에는 군대가 없다. 1949년 중립국으로 선포한 뒤 병력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군대가 없으니 군사 쿠데타나 군사독재도 없었다. 또 코스타리카에는 환경파괴가 없다. 국토의 25%가 국립공원이나 보호구역으로 지정됐으며, 1997년부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모든 경제활동에 3.5%의 탄소세를 부과하고 있다. 생산 전기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100%에 육박해 조만간 세계 최초로 탄소 중립국을 선언할 계획이다.

코스타리카를 읽는 키워드는 지속가능성이다. 특히 이 나라의 지속가능성은 경제 분야에서 빛을 발한다. 경제활동인구 130만 명 중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일하는 인구가 20만 명(16%)에 달한다. 다양한 분야의 소규모 생산자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공동 이익을 추구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 한국 절반 크기에 인구도 480만 명에 불과한 중남미의 작은 나라가 행복지수 1위를 차지한 비결이다.

지난 7월 7일 밤 코스타리카 산호세 공항에 도착했다. 만 하루를 날아가 도착한 먼 곳이었다.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연수단 일행은 휴식을 취할 틈도 없이 다음날부터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코스타리카 대통령 부부를 면담하고, 교육·금융, 에너지, 낙농, 전기통신, 신용협동조합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 물론 코스타리카를 대표하는 커피 생산자협동조합인 코페타라수(Coope Tarrazu)도 빼놓지 않았다. 코페타라수는 1960년 영세커피농 228명으로 출발했다. 자본금도 5800달러에 불과했다. 생산에서 영역을 넓혀 가공과 유통까지 자체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코스타리카 일정을 마친 뒤 캐나다 몬트리올로 이동했다. 사회적 기업 라토후(La Tohu)로 가는 길은 상쾌하고 아름다웠다. 그런데 이곳이 한때 대규모 쓰레기 매립지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시는 예술인과 지역민의 제안을 받아 이곳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조성하기 시작했다. 세계적 공연예술업체 태양의 서커스 본사와 국립서커스학교를 유치했다.

자치 분권과 균형 발전은 우리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다. 이제는 지역의 자립구조를 통해 국가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 대전 서구가 협동조합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지역의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지원에 팔을 걷은 것도 이러한 이유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사회적 경제 등 풀뿌리 주민자치의 기반을 다지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연대와 협력, 상생은 이제 슬로건이 아니라 지역과 국가 발전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2주간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이 설렜다. 출발할 때는 새로운 곳에 가본다는 설렘이었다면, 돌아올 때는 새롭게 할 일이 많다는 생각에서 오는 설렘이었으리라. 참, 코스타리카에는 없는 게 또 하나 있다. 문맹(文盲)이다. 전 국민의 문자 해독률이 95%에 달한다고 한다. 복지와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한 결과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무엇인지, 그 답을 엿본 2주간의 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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