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

그렇게 야심만만하던 열린 우리당이 100년은 고사하고 3년여만에 갈대밭이 되고 있다.

새로 집을 짓자는 국회의원들 중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바람을 타고 국회의원이 된 사람이 많다.

그런데 지금은 '대통령은 빠져라'하는 소리가 나오니 어떻게 된 일인가? 인기 없는 아버지를 빼고 새로 가정을 만들겠다는 것과 같다. 한국 정치의 비극이다.

139명의 국회의원을 거느린 원내 제1당이고 현역 대통령이 버티고 있는 집권당의 모습으로서는 혼미스럽게 비칠 뿐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그 집권여당의 책임있는 지도자가 국회연설에서 '정치실험의 실패'를 고백한 것이다.

임상실험, 생체실험, 쥐실험… 그러나 이 급박하게 변하는 시대에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치실험'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실험'을 하고 있다.

지난주 있었던 대학수능고사, 그에 수반하는 논술시험 등 교육은 해방 후 계속하여 '실험'이다.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가 되는 실험이다.

정부는 계속하여 주택담보의 대출규제 등 부동산광풍을 때려잡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11·15 부동산대책에서는 서울 강남 등 성역(聖域)으로 되어 있는 '버블 세븐'의 해법이 빠졌고 지방은 안중에도 없고 들러리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시책을 못 믿겠다는 것이다.

바로 이 것,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오죽했으면 여당인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까지도 추병직 건설장관,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 등을 해임하라고 대통령에 호소했을까! 뒤늦게나마 사표를 내어 다행이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성난 민심을 가라 앉히라는 이 의원 주장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든다고 큰소리 치던 사람들이 '정치실험'이었다고 간판을 바꿔달려 하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점점 멀어지고… 교육, 북한 핵문제, 세금, 17년째 표류하는 바람에 분노한 주민들이 모여 100인 결사대까지 구성하기에 이른 장항국가산업단지건설, 어느 것 하나 국민을 안심시키는 '믿음'이 없다. 경제는 어떤가? 사업하는 사람은 장사가 안된다고 한숨이다.

최근 어느 정부기관의 홈페이지에 한 시민이 '차라리 IMF 때가 그립다'는 글을 올린 것을 보았다. IMF 때는 이 위기만 극복하면 된다는 희망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얼마나 답답하면 그런 말을 했을까…. 가슴을 저며 오는 외침이었다.

요즘 거의 모든 자동차들이 네비게이션을 부착하고 있다. 이것만 잘 작동시키면 서울 남대문도 찾아갈 수 있고 목포의 유달산도 찾아 간다.

그래서, 올해 들어서만 해도 120만 대의 네비게이션이 팔렸다. 그러나 3700대가 불량품이라고 소비자단체에 신고됐다.

방향을 입력한 대로 가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가는 것이다. 공주 박물관으로 입력했는데 금산 인삼센터로 가버린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네비게이션을 믿고 마음 놓고 운전을 할 수 있겠는가? 믿음을 잃으면 아무 쓸모 없는 고철에 불과하다.

고장난 네비게이션 같은 이 정치, 이 시국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 어떻게 믿음과 희망을 되살려 IMF 때가 오히려 좋았다는 슬픈 이야기들을 추스릴까?

?<본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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