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의미 축소 속 '南에 경고용' 北측 입장 발표 가리킨 듯
외신 "트럼프, 동맹 향한 위협 무시…南에 대한 北 경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

▲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 北 미사일 발사에 "언짢지 않아…美에 경고한 것 아냐"(종합2보)

연일 의미 축소 속 '南에 경고용' 北측 입장 발표 가리킨 듯

외신 "트럼프, 동맹 향한 위협 무시…南에 대한 北 경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전혀 언짢지(upset) 않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북한 측이 이번 발사가 '남측에 대한 경고'라고 밝힌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발사가 미국을 향한 경고가 아니라며 괘념치 않는다는 반응도 보였다.

그러나 이는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문제 삼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신들도 "동맹에 대한 위협을 무시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괜찮냐'는 질문을 받고 "그것들은 단거리 미사일들"이라며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의 관계는 매우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며 "그러나 그것들은 단거리 미사일들이고 많은 사람이 그러한 미사일들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정부가 이번 발사체에 대해 '단거리 탄도 미사일'이라고 규정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탄도'라는 표현도 쓰지 않았다.

"소형 미사일이었을 뿐"이라는 전날 발언의 연장 선상에서 이번 발사의 의미를 축소하며 실무협상 재개의 동력을 잃지 않겠다는 차원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염려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는다'는 기자 질문에 "아니다. 전혀 아니다(Not at all)"라고 답했다.

특히 한 기자가 '그들(북한)은 이번 단거리 미사일을 '경고'로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단거리 미사일은 미국 입장에서는 '단거리'이지만 한국, 일본 등 우리의 동맹들 입장에서는 '단거리'가 아니다'라고 질문하자 "그(김 위원장)는 미국에 대해 경고하지 않았다. 나는 여러분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들은 미국에 대해 경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 양측은 분쟁(dispute)을 벌이고 있다. 그들은 오랫동안 그래왔다"고 답했다. 이어 "단거리 미사일들이고 매우 일반적인 미사일들이다"라고 거듭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그들'과 관련, 로이터통신, AFP통신 등 외신들은 '남북'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김 위원장이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남조선 지역에 첨단공격형 무기들을 반입하고 군사 연습을 강행하려고 열을 올리고 있는 남조선 군부 호전 세력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의 일환으로 신형전술 유도 무기 사격을 조직하시고 직접 지도하셨다"는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북측의 반응 등을 토대로 이번 발사가 남북 간 갈등과 관련된 것이지 미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되지 않는 한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취지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 주일 미군 뿐 아니라 일본, 한국과 같은 동맹에 가해지는 위협을 무시했다"고 보도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북한이 이번 발사가 '남쪽 이웃'에 대한 경고라고 지칭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북한의 경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지적했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에 뒤따른 북한의 호전적 언어에 대해 '그것은 동맹인 한국을 가리킨 것이지 미국을 가리킨 게 아니다'라고 넘겼다"고 풀이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이 미국에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단거리 미사일이 미국 근처에는 도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동맹인 한국과 대규모 주한미군 기지를 필시 포함한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폭스뉴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들(북한)은 핵실험을 하지 않아 왔다"면서 "그들은 정말로 보다 작은 미사일(smaller ones) 외에는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지 않아 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연일 미사일 발사의 의미를 축소하고 나선 데는 이번 미사일 발사로 인해 지난달 말 북미 정상 간에 극적으로 이뤄진 '판문점 회동'의 성과도 자칫 빛바래질 수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전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판문점 회동 당시 미국령인 괌을 사정권으로 하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 중단 지속을 약속했다는 사실을 공개, 북한이 약속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내비친 것도 이러한 맥락과 연결 지어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이번 발사에 대해 '협상용 지렛대' 확보 차원이라는 평가를 하면서 두어주 내에 실무협상이 열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뒤집어서 보면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도 함께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나는 우리가 북한에 대해 매우 잘해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상황이 계속 지속할 것이라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고 여지를 남겼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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