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핫플레이스 위상… ‘퇴색’

사진 = 충청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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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대전을 대표하는 핵심 상권인 유성구 봉명동 마저 휘청이고 있다. 임대료와 심화되는 불경기, 여기에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며 최후의 선택지인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봉명동 일대는 대전의 핵심 상권으로 급성장했다. 봉명동이 최근 대전 상권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가장 큰 이유는 풍부한 배후수요 때문이다. 봉명동 반경 5㎞ 안팎에 충남대를 비롯해 한밭대·목원대·대덕대·배재대·침례신학대·KAIST 등 대학교들과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대덕연구단지가 인접해 있고 봉명동과 이웃한 대전 대표 업무중심지역인 둔산지구에는 시청·법원을 비롯해 각종 공공기관·기업·상업시설들이 밀집해 있다.

최근에는 상황이 급변했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매출 하락이 이어져 봉명동 점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점주들은 올해 매출이 거의 20% 가까이 줄었다고 한탄하고 있다.

봉명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42) 씨는 "봉명동 상권은 대학과 대덕연구단지가 인접해 있어 수요층이 꾸준한 편이었는데 지난해부터 단골손님 조차 찾지 않는다"며 "메인스트리트를 제외한 골목 사이사이에 있는 점포들은 대다수 적자를 면치 못하는 분위기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심화하는 불경기로 점주들은 봉명동 일대가 핵심 상권으로 성장하면서 올라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봉명동의 부동산 중개인 이모(45) 씨 "2010년 전에는 워낙 상권 조성이 안돼 있을 때라서 헐값이지만 지금은 20평 1층 기준으로 임대료가 100만 원 정도 올랐다"며 "상권 형성 당시 젊은 사람들이 여윳돈이 없는 상황에서 사업을 시작한 경우가 많아 몇 개월 수익이 안 나면 버티지 못하고 가게를 정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점주들은 매출액 감소로 가게를 내놓고나 폐업을 고민하고 있지만 예전처럼 높은 권리금을 주고 들어오는 사람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봉명동의 부동산 중개인 최모(55) 씨는 “문의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한창 봉명동이 부흥했을 시기에 비해 공실이 생기고 있고 임대를 붙여놓지 않고 가게를 비운 곳은 임대를 붙여놓는 수의 20배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봉명동과 함께 대전의 3대 핵심 상권으로 분류되는 중구 은행동과 서구 둔산동 등도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24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2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 결과에 따르면 대전의 상가 공실률은 중대형이 평균 12%, 소규모가 5.5%로 전 분기 대비 각각 0.7% p, 0.1% p 증가했다. 원도심과 서대전네거리 상권 등은 공실 장기화 및 경기 부진 영향 등으로 임대 가격지수도 0.52% 하락했다.

한윤교 봉명동문화의거리상가번영회 회장은 "그나마 봉명동 상권이 낫지만 모든 대전 상권이 불황이다"라면서 "'제2윤창호법', 인건비 부담 등으로 점주들은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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