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용인시 주민의 반대로 무산된 네이버 제2데이터센터의 유치 경쟁에 많은 자치단체가 뛰어들었다고 한다. 포기한 용인시도, 새롭게 도전하는 지자체도 저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요즘은 광역시뿐만 아니라 기초자치단체들도 혁신성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대전의 상황은 어떠한가? 대전시는 20여 개의 정부연구기관과 KAIST 등 우수한 대학들을 보유하고 있어서 기술개발과 인재양성에 유리하나, 상대적으로 산업기반이 취약해 성장에 한계를 보인다. 더구나 특화 산업분야나 앵커기업도 없어서 우수한 연구결과가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 가치를 만들어내는 혁신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산업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은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변화를 끌어내는데 오히려 유리한 면이 있다. 기존 기업들은 글로벌시장의 변화에 뒤처져 지역경제 발전에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으나, 이런 기업이 적으면 걸림돌도 적어서 신산업 창출에 유리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걸림돌이 없다고 저절로 혁신성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 산·학·연 혁신주체들이 긴밀히 소통·협업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문화가 정착되고, 첨단기술과 창의적인 인재가 연결돼 혁신창업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혁신기업과 창의적인 젊은이들을 전국에서 끌어들이기 위한 특별한 무엇, 즉 한방이 필요하다.

필자는 네이버 데이터센터를 잘만 활용하면 대전 지역에 첨단기술 산업클러스터가 구축되는 기폭제로 활용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수만 대를 운영해 인터넷으로 연결된 데이터를 처리하는 시설로서 빅데이터, 5G 통신, 인공지능 등 초연결 시대의 핵심 인프라다. Wikibon은 글로벌 빅데이터 시장규모가 2018년 400억 달러에서 2026년 920억 달러로 연간 11% 고성장할 것을 전망했다.

그러나 데이터가 돈이 되는 세상이라고 모든 데이터가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는 정교하게 디자인해 생산, 수집될 때 비로소 활용도가 높아지고 돈이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데이터센터도 그저 시설만 달랑 들어와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5400억 원 규모의 구축비용은 초기에 한 번 투입되고 나면 그만이고, 시설 운영에는 20여 명 남짓만 필요하다는 것이 춘천의 제1센터 운영 과정에서 드러났다.

네이버가 단지 시설 관점에서만 입지를 생각하고, 구축 이후에도 필수 운영인력만 상주시킬 생각이라면 굳이 대전에 올 이유가 없다. 대전시도 어렵게 조성한 소중한 부지에 그저 데이터만 쌓이는 시설을 유치하는 것은 낭비이다.

네이버 데이터센터가 대전에 들어와야 하는 이유는 ICT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력과 인재를 보유한 KAIST와 ETRI, KISTI 등 다수의 출연연이 있고, 정주 여건이 잘 갖추어진 대덕특구가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대덕특구와 긴밀히 협력해 데이터센터의 기본 기능인 클라우드 및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는 물론 네이버가 지향하는 AI, 5G, 로보틱스, 모빌리티, 스마트시티 등 분야의 핵심 비즈니스를 이곳에서 수행할 때에야 비로소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생협력 모델이 성공한다면 이 지역에 데이터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대전시의 혁신성장은 물론 네이버 비즈니스의 비전도 이루어질 것이다.

앞으로 모든 산업분야에서 비즈니스가 지능형 데이터 및 AI와 결합하고 공유경제와 연결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면서 데이터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이야말로 대덕특구가 취약한 산업기반을 극복하고 첨단기술을 활용해 미래 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할 절호의 기회이다. 데이터센터를 유치한다는 단순한 전략에서 벗어나 네이버가 대전에서 데이터산업 비즈니스 수행을 진지하게 고민하도록 제대로 된 제안서를 마련하자.

데이터센터는 이격거리만 충분히 갖춘다면 그 어떤 시설보다도 친환경적이고 오염물질의 배출이 없는 시설이다. 시민들의 우려가 예상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사실관계를 미리미리 설명하는 등 세세한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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