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충청본부장

맹꽁이. 개구리목 맹꽁잇과의 양서류다. 지금이야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 종으로 귀한 몸이지만 1960~70년대만 해도 장마철이면 습지나 텃밭 등에는 맹꽁이들의 합창이 요란했다. 배짱 좋은 놈은 아예 마당까지 나와 울어대다 아이들에게 싸릿가지로 몰매를 맞기도 했다. 맹꽁이의 등을 살살 때리면 울음주머니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 재미있기 때문이었다. 맹꽁이는 개구리와 달리 다리가 짧아 빨리 뛰지 못하고 엉금엉금 기어가는 데다 뒷발로 구멍을 판 뒤 머리를 내밀고 숨어 있어 아이들이 쉽게 잡을 수 있었다.

이 맹꽁이는 정말 맹꽁이일까? '약빠른 데라고는 전혀 없어 하는 짓이나 말이 답답하고 아둔하고 속이 좁은 사람, 일종의 얼간이’를 뜻하는 ‘맹꽁이’ 말이다. 빨리 움직이지 못하는 등 행동이 굼뜨고 싸릿가지로 맞아도 달아나지 않아 얼간이를 맹꽁이에 비유한 것일까?

'맹하다'와 '꽁하다'는 말이 있다.

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전자는 '정신이 나간 것처럼 자극에 대한 반응이 없다. 몹시 놀라거나 갑작스러운 일을 당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얼떨떨하다'이고, 후자는 '무슨 일을 잊지 못하고 속으로만 언짢고 서운하게 여기다. 마음이 좁아 너그럽지 못하고 말이 없다'이다. 이 두 단어가 '맹하고 꽁하다'로 붙어 사용되다 누군가 머리글자만 따 맹꽁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 맹꽁이 같은 놈, 어찌 그리 멍청하냐." 누구든 듣기 좋은 말은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얼간이 맹꽁이와 양서류 맹꽁이가 뭔 관계가 있을까? 사실 아무 관계도 없다. 맹꽁이의 이름은 울음소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수컷 맹꽁이만 운다. 울음은 암컷을 부르는 구애 신호다. 이처럼 종족 번식을 위한 신성한 신호가 바보 멍청이, 얼간이로 전락하는 해프닝을 빚은 것이다. 맹꽁이는 억울하다.

요즘은 이런 맹꽁이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 습지가 택지개발 등으로 줄고 있는 데다 농약사용 등으로 서식환경이 악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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