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수 단국대학교 교수

1952년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해 오슬로를 방문한 앨버트 슈바이처는 세계를 향해 다음과 같은 경고 일성을 토해냈다. “인간은 막강한 힘을 가진 슈퍼맨이 됐으나 이에 걸맞은 이성을 결여하고 있다. 슈퍼맨이 되면 될수록 우리 인간은 더욱더 비인간화돼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성을 결여한 슈퍼맨이 인류사회에 가져다준 불행과 파멸의 예는 동서를 막론하고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침략국인 독일과 일본의 경우이다. 비이성적인 히틀러의 독일은 유럽에서만 600만 명에 달하는 유태인을 무자비하게 학살했으며 인접한 이웃국가 국민들의 존엄과 행복을 유린했다. 군국주의 일본 역시 일찍이 식민화한 우리나라를 기점으로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얼토당토한 제국주의적 야심을 달성하고자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침략해 이루 형언할 수 없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 두 슈퍼맨의 이후 행적은 어떠한가. 1970년 12월 서독 총리 빌리 브란트는 바르샤바의 유대인 게토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과거 독일이 행했던 죄악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함으로써 폴란드 사람들의 용서를 구한 것은 유명한 역사적 사실이다. 이후에도 독일은 수차례에 걸친 사죄와 반성을 통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었으며 현재는 유럽연합 주도 국가로 거듭나고 있다. 이에 반해 일본은 반성은커녕 수상과 각료들이 패전일에 버젓이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들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이처럼 독일은 이성을 갖춘 슈퍼맨으로 인류사회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이성이 결여된 슈퍼맨으로 남아 있으면서 인류사회에 갈등과 불행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최근 아베의 일본 정부는 “한국과의 신뢰관계가 현저히 손상됐다”는 이유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관련 핵심소재 3종의 대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했다. 이후 한국은 물론 일본 내에서조차 자국 기업들을 상대로 한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이란 비판이 일자, 일본 정부는 “무기 개발에 쓰일 수 있는 물자의 수출관리가 적절히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슬그머니 말을 바꾸고 있다. 참으로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역사적 문헌과 사실이 보여주는 것과는 반대로 틈만 나면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고, 우리에게 행했던 학살, 착취와 같은 비인륜적이고 비도덕적인 만행은 애써 외면하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과거의 잘못을 고백하고, 반성하고 사죄를 구하기는커녕 아직도 우리의 치유되지 않은 아픈 상처를 철저하게 할퀴고 있다. 가히 후안무치의 전형이다.

AI와 같은 첨단과학이 살아 숨 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인 21세기. 군국주의 향수에 젖어있는 아베의 일본은 여전히 이성이 결여된 슈퍼맨으로 남아 있기에 슈바이처의 경고는 더욱더 큰 울림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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