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언 마르틴손 미국 해군참모대학 조교수 트위터 캡처]

중국-베트남, 남중국해 선박 대치…"상황 복잡하게 만들지 말라"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중국과 베트남의 해안 경비정이 최소 1주일 이상 대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양국이 서로 주권 존중을 요구하며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지 말라"고 경고하는 등 긴장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2일 "중무장한 중국 해안경비대 소속 경비함 두 척과 베트남 해안 경비함 4척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 베트남명 쯔엉사 군도) 뱅가드 뱅크 인근 해상을 순찰하며 1주일째 대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중국 석유 탐사선 '하이양 디즈 8호'가 지난 3일 자국 경비함의 호위를 받으며 뱅가드 뱅크 인근 해상에 진입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전했다.

SCMP가 당시 정보 출처로 언급한 라이언 마르틴손 미국 해군참모대학 조교수는 지난 19일 '하이양 디즈 8호'가 여전히 베트남 해역에서 탐사 활동을 하고 있다며 궤적을 표시한 자료를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마르틴손 교수는 또 중국 해안 경비정 2척과 베트남 어업감시선 2척이 '하이양 디즈 8호' 인근에 배치돼 있다며 선박자동식별장치(AIS) 화면을 공개하고, 다른 선박들의 위치가 AIS에 전송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중국은 남중국해에서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데 확고하다"면서 "관련국들과의 협상을 통해 차이점을 관리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그러나 레 티 투 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6일 "베트남 영해에서 베트남 허가 없이 다른 나라들이 하는 모든 행위는 효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베트남 영해를 침범하고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당사국들에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행위를 자제하라고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그러자 겅솽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베트남 측이 해당 해역에 대한 중국의 주권적 권리와 관할권을 확실히 존중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공세적으로 나왔다.

항 대변인도 19일 "지난 며칠간 중국 탐사선 '하이양 디즈 8호'와 이를 호위하는 선박들이 베트남의 배타적경제수역(EEZ)과 대륙붕을 침범했다"며 "이 해역은 베트남 영해"라고 중국을 직접 겨냥했다.

항 대변인은 또 "베트남은 다양한 채널로 중국 측과 접촉해 불법 행위를 중단하고 베트남 해역에서 선박을 철수시키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면서 "베트남 영해에서 주권과 관할권을 침해하는 어떠한 행위에도 단호히 대응한다는 게 베트남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관련 당사국들과 국제사회는 남중국해에서의 평화와 질서를 유지한다는 공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과 베트남은 1974년과 1988년 각각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 베트남명 호앙사 군도)와 스프래틀리 제도에서 해전을 벌였다.

youngkyu@yna.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