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보복에서 촉발된 제품 불매운동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일본 제품 정보를 공개하며 불매를 독려하던 운동 차원을 넘어 이제 자발적인 실천 사례를 공유하는 등 일상화되고 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일본여행취소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500개가 넘는 게시물이 쏟아져 나온다.

이 해시태그를 붙인 게시물의 다수는 취소한 항공권을 인증하는 캡쳐 화면들이다.

포털사이트에도 '일본여행취소'를 검색하자 취소 수수료를 문의하는 글, 일본 여행 취소 후 대만·베트남·태국 등 다른 나라로 여름휴가를 간다는 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여행상품 취소 수수료 비용이 적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일본을 다녀왔다는 불매운동 초기와 달리 적게는 8만원에서 많게는 44만원까지 적지 않은 수수료를 물고도 취소를 감행했다는 글들도 쏟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을 가면 여행가는 기분이 나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실제 국내 주요 여행사 6곳 중 가장 많은 일본여행 판매 건수를 보유한 A사의 경우 7월 1일부터 9일까지 총 예약자 7537명 중 5706명(75.7%)이 여행을 취소했다.

한 저비용항공사(LCC)는 오사카 50여명, 후쿠오카 60여명, 삿포로 100여명 등 7∼9월 예정된 200여명의 일본 단체여행이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휴가철임에도 신규 예약도 상당한 감소율을 보였다. 항공권의 경우 전년대비 예약률이 40%가량 떨어졌다.

▲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고 있는 일본여행을 다녀오거나 일본 제품 소비 글을 올린 사람들을 저격하는 '팔로우 계정' 사진=인스타그램 캡쳐화면
▲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고 있는 일본여행을 다녀오거나 일본 제품 소비 글을 올린 사람들을 저격하는 '팔로우 계정' 사진=인스타그램 캡쳐화면

인스타그램에선 보이콧 포스터를 프로필 사진으로 내세운 이들은 '매국노 박제', '매국노 팔로우 하는 계정', '매국노 감별사' 등의 계정이름으로 일본여행이나 제품 소비에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

포털 사이트 내 카페들도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나섰다. 회원수 133만여 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 일본 여행카페 '네일동'은 17일 잠정 휴면에 들어갔다.

2003년에 오픈한 이 카페는 일본 여행관련 자료가 방대하고 실시간으로 현지정보를 공유해 일본 여행을 계획했다면 꼭 한 번은 방문하는 ‘일본여행정보의 성지’로 불린다.

네일동 운영자는 "제가 불매운동 지지한다는 건 대외적으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며 일본 불매운동 동참 의사를 밝혔다.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노노재팬'이 상위에 오르면서 대중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사이트는 패션, 생활, 음식 등 품목별로 일본 제품의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국산 대체품까지 제시해주는 사이트다.

한 네티즌은 "일본제품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게 많았는데 검색하면 바로 알 수 있어서 유용하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의외인 일본제품들도 많다"며 "계속 사이트를 통해 확인하고 구입해야겠다"고 말했다.

대중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노노재팬 사이트(https://nonojapan.com/)는 트래픽이 폭주해 현재(13시) 서버 접속이 불가능하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에 맞춰 일본 공연을 취소하는 등 지역 공연예술계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사단법인 한중일친선교류협회 및 대전예술포럼은 오는 11월로 기획했던 500석 규모의 오사카 공연을 참가 지역 예술인들의 민심을 반영해 취소했다. 이 공연은 일본 지식층이 대거 관람할 예정이었다.

정민혜 기자 jm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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