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택 세종특별자치시의회 의장

전통시장에는 문화와 역사 등 지역 고유의 특색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각종 편의시설 등이 현대화되더라도 전통시장을 찾는 '킬러 콘텐츠'는 특산물과 지역 음식, 그리고 정감 어린 상인들이 빚어내는 정취에 있다. 표준화와 대형화된 대형 마트에는 없는 지역 정서가 전통시장에 깊숙이 뿌리 박혀 지금도 이어져오고 있다. 하지만 전통시장의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2000년대 초반 40조원대에 육박하던 전국 전통시장의 매출은 2013년 19조원대로 절반 이상 줄었다. 최근 5년간 매출도 정부의 현대화 사업 등 각종 지원 등에도 정체 상태라고 한다. 이는 그간 정부의 지원방향이 다소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의미다. 전통시장을 깔끔하고 쾌적하게 정비하는 동시에 시장을 어떤 콘텐츠로 채워야할지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기다.

매년 중소벤처기업부 주최로 전국우수시장 박람회가 열린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한 곳을 개최지로 선정해 시장 홍보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유도한다. 이러한 대규모 행사를 기회로 삼아 전국 각지의 전통시장을 알리고, 나아가 지역을 알리는 마중물로 삼기도 한다.

하지만 전통시장 육성은 일회성·전시성 행정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시장에 얽힌 역사 발굴은 물론 지역민들과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과거 시장에서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재현하고 재해석하는 작업도 이뤄져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2020년은 세종시 전통시장 활성화의 원년으로 삼아야할 시기다.

1770년(영조 46년) ‘동국문헌비고’ 향시편에는 조치원장이 4일과 9일에 열린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에 따르면 조치원전통시장이 내년에 개설 250주년을 맞게 된다. 전국 우수시장 박람회 개최를 기점으로 조치원전통시장을 대내외적으로 알릴 절호의 기회다. 이러한 내용을 시에 제안한 결과 세종시는 2020년 전국우수시장 박람회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세종시가 내년 박람회를 유치하게 된다면 대회 준비와 운영 이후 홍보·관광 효과 등으로 적잖은 특수도 기대된다.

만약 박람회 유치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관내 전통시장을 살리려는 시도는 계속돼야 한다. 주기적으로 전국 우수시장을 현장 방문해 시장 활성화 요소를 접목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공모전을 통해 좋은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적용해나가야 할 것이다.

조치원 장은 과거 나무전, 토목전, 닭전, 쇠전, 옹기·유기전, 가구전, 소전 등 품목 별 소그룹 형태의 장이 존재했다.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 특정 기간을 정해 '복숭아의 날' '사과의 날' 등 특정 품목을 집중적으로 판매·할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아나바다 장터와 전통상인복 체험 등 다각도로 참여 프로그램을 연계해 전통시장을 찾는 연령층을 고르게 해나가야 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조성된 세종시의 강점이 행정기능의 집적화라면, 그로 인한 도시 콘텐츠 부족이 약점으로 꼽힌다. 해법은 도농복합도시에 있다. 조치원전통시장을 비롯한 읍·면 지역에 위치한 장터의 역사와 문화를 발굴하고 현대적으로 확장하는 작업은 향후 세종시 문화자산을 형성해가는 중요한 기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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