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얼음 세균 초과…불안↑ 텀블러 외부 규제조항 없어
관리감독 구멍…지자체 손 놔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유명 대형 커피전문점들의 위생과 안전 문제가 연이어 터져 나오며 시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생활 속 흔히 찾는 카페가 안전관리에 허점을 드러냈지만 지자체는 손을 놓고 있어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17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판매되는 페인트 코팅 텀블러 24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4개 제품 용기 표면에서 다량의 납이 검출됐다. 납 검출 제품은 엠제이씨에서 판매한 '리락쿠마 스텐 텀블러', 파스쿠찌에서 판매한 '하트텀블러', 할리스 커피에서 판매한 '뉴 모던 진공 텀블러', 다이소에서 판매한 'S2019 봄봄 스텐 텀블러' 등이다.

문제는 텀블러 외부의 경우 별도의 납 함량 기준치가 없다는 점이다. 텀블러의 식품과 직접 접촉하는 면은 납(0.4㎎/L 이하), 카드뮴(0.1㎎/L 이하) 등 유해물질 기준이 있는 반면, 용기 외부 표면에 대한 기준은 부재한 상황이다.

텀블러 외부에 대한 규제조항이 없어 함량 미달 제품을 유통하는 업체를 제재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텀블러 등 페인트 코팅 식품용기 외부 표면에 대한 유해물질 관리 기준의 마련을 요청할 예정이다.

유명 커피전문점들이 위생 상태가 불량한 식용 얼음 사용의 문제도 불거졌다. 지난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세균수와 과망가니즈산칼륨 기준을 초과한 얼음을 사용한 커피전문점 매장 41곳을 적발해 개선 조치했다.

식약처는 지난달 10일부터 한 달간 전국 커피전문점 매장 233곳의 제빙기 얼음을 검사했다. 부적합 얼음을 사용한 커피전문점 41개 매장 중 40곳은 과망간산칼륨 기준(10㎎/ℓ)을 최고 16배 이상 초과했다. 2곳에서 세균수가 기준(1000cfu 이하)을 넘어서 나왔다.

세균수 초과는 인체에 유해한 정도는 아니지만 매점 위생 관리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 이면에는 유독 한국만 식품접객업소(식당·카페·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제공되는 얼음에 대한 기준이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너그럽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식품접객업소에서 사용하는 식용 얼음의 일반세균 허용 기준은 '㎖당 1000마리(1000cfu/㎖) 이하'로 미국이나 일본의 10배 수준이다. 식품접객업소용 얼음의 세균 허용 기준을 별도로 두고 있는 것은 주요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다.

더 큰 문제는 현장에선 그나마 이 기준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식약처를 비롯한 지자체의 관리·감독 기관의 인력은 한정되어 있지만, 해마다 소규모 카페나 식당 등은 꾸준히 늘고 있어 사실상 제대로 된 관리나 감독이 어렵다.

이번 조사도 자치구 당 한 곳씩만 조사한 셈이다. 전수 조사하면 얼마나 많은 업소들이 적발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각 지자체는 추가 점검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일부 식당이나 카페에서 사용하는 제빙기의 위생 상태는 우려스러울 정도”라며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카페에서 나오는 얼음은 잘 먹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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