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배방면 장재리 소재 경부고속철도 역 이름이 '천안 아산역'으로 결정된 데 대한 아산시와 주민들의 반발이 점점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아산지역 32개 사회단체들이 '아산역 사수 투쟁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시의회 의원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도 그 중 하나다. 아산지역의 불만은 엊그제 장재리 역사 앞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를 시작으로 오는 10월 25일까지 6개월간의 집회신고를 내는 등 날로 고조되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고속철도 역 명칭 선정 자문위원회를 열어 역사 이름을 결정토록 밀어붙인 것부터가 무리수였다. 역 이름을 둘러싼 천안과 아산시간 갈등을 그렇게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것부터가 오산이다. 자문위측은 역명을 둘러싼 마찰과 불만을 심화시킬 필요가 없고, 두 지역 모두 발전하길 바라는 뜻에서 합쳐 부르기로 했다지만, 결과적으로 전대 미문의 기형적 역 이름을 탄생시킨 꼴이 됐다. 최종적으로 '천안 아산역'과 '아산 천안역' 두 안을 놓고 표결에 부쳤다고 전하는데, 만약 '아산 천안역'으로 결정됐다면 천안시민들이 가만히 있을 리도 없다.

고속철도 역사가 천안 시가지와 지근 거리에 있지만 행정구역상 아산시에 위치하고 있어 두 지역이 '천안역' 또는 '아산역'으로 부르길 고집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두 지역간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하려 했던 건교부의 처사는 문제의 핵심을 꿰뚫어 보지 못한 결과다.

차라리 제3의 지명을 만들어 해법을 찾아 봤으면 낫지 않았나 싶다. 충남도가 대안으로 제시한 '장재역'은 천안시가 강력 반발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그동안 거론됐던 현충역이나 충의역이란 이름으로 두 지역을 설득할 수는 없지 않았나 묻고 싶다. 그것도 아니라면 충절의 고장 충남도를 상징하는 '충절역'이라든지 충남의 관문이라는 관점에서 '충남역'으로 두 지역을 설득했더라면 이런 결과는 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산시민에겐 지명과 관련한 불만이 잠재해 있다는 점도 허술히 할 수 없는 대목이다. 지난 95년 시·군 통합 당시 온양이란 이름이 없어진 데 대한 불편한 심기가 저변에 깔려 있다는 사실도 알아둬야 한다. 집회신고를 6개월로 낸 것이나 역사 및 아산신도시 공사와 관련한 아산시측의 인·허가를 범시민적으로 제지한다는 계획이 현실로 나타나게 되면 내년으로 예정돼 있는 고속철도 개통에도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아산시민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관계당국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시간이 흐르면 해결되리란 기대 때문에 방관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면 크나큰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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