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박사 졸업생 수도권行… 일자리 부족 원인

사진 = 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한국과학기술원(이하 KAIST) 석·박사 졸업생 10명 중 1명만 충청권에 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KAIST와 대덕연구개발특구 등이 위치한 대전에 지역에서 배출되는 고급 인력이 정주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7일 KAIST에 따르면 지난해 석·박사 과정 졸업생의 충청지역(대전·세종·충남·충북) 진출 비율이 최근 3년 중 가장 낮았다. 2016년도 졸업생은 15.61%, 2017년도는 16.73%였지만, 2018년도는 12.03%에 불과한 1996명 중 단 24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절반의 넘는 1027명(51.45%)의 졸업생이 학위 수여 이후 수도권으로 진출한 것이다.

현재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KAIST 박사급 출신 정모(35) 씨는 “학위 수여 후 수도권으로 직장을 잡게 되며 거처를 옮기게 됐다”며 “근무지를 선택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KAIST 출신들이 졸업 후 대전을 떠나는 것은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현상은 비단 KAIST와 대전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국내 유수의 석·박사급 연구자를 배출하는 KAIST 출신의 외부 유출은 지역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인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4차산업혁명특별시를 주창하는 대전시 입장에서 KAIST 출신의 석·박사급 연구자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어 고급 인력 유출은 심각한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이 대전을 떠나 대부분 수도권으로 진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꼽을 수 있다. 대전에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위치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밀집돼 민간 연구소가 집중된 수도권에 비하면 실질적인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KAIST에서 열린 전문가 포럼에서도 이 같은 대전의 현실을 지적하는 발언이 나온 바 있다.

당시 이광형 KAIST 교학부총장은 대전이 타지역에 비해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지만 창업 생태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언급했다. 이 부총장은 “대전의 우수 인력이 대전에 머물지 않고 떠나는 게 문제”라며 “대전은 KAIST 졸업생을 포함한 고급 인력이 머물 생태계가 조성돼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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