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조직문화 변화 시도로 어려움을 겪는 자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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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조직문화 변화 시도로 어려움을 겪는 자포스
  • 충청투데이
  • 승인 2019년 07월 17일 17시 35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7월 18일 목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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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회술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조직문화(Organizational Culture)'란 개인과 집단 그리고 조직의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주는 공유된 가치와 규범이다. 조직문화는 조직의 경계를 알려주고, 조직 구성원들에게 정체성을 심어주며, 구성원들의 행동과 태도를 안내하고 형성해주는 통제장치로 작동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조직의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조직문화는 불변의 영역이 아니다. 한 때 산업을 리드하던 선도 기업이 지금은 명맥만 유지하거나, 기업 자체가 없어지는 사례들이 있다.

세계적인 온라인 의류 쇼핑몰 자포스(Zappos)는 조직문화 변화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조직문화 변화 시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로 꼽힌다. 자포스는 몇 년 전부터 혁신적이면서도 급진적인 조직문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자포스가 도입한 제도는 바로 '홀라크라시(Holacracy)'.

홀라크라시는 '자율적이면서 자급자족적인 결합체'라는 의미의 'holachy'와 '통치'를 뜻하는 'cracy'가 합쳐진 말로, 조직의 위계질서를 완전히 파괴한 형태다. 팀 단위로 운영되며 모든 직원이 동등한 위치에서 같은 책임을 지고 일한다. 홀라크라시에는 기존 조직의 부서와 비슷한 개념의 '서클'이 있는데, 각 서클 구성원들의 직위는 모두 같다. 홀라크라시 도입 이후, 자포스는 1500명이나 되는 직원들의 직위를 없앴다. 회사 내 계층 구조는 완전히 사라졌고 모든 직원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도입 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포스는 여전히 진통에 시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패한 시도'라는 평가까지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자포스의 CEO 토니 셰이(Tony Hsieh)는 홀라크라시를 시행하며 이 같은 변화를 받아들일 수 없는 직원에게 퇴직 장려금을 줄 테니 회사를 떠나라고 했다. 그 결과 약 20%의 직원이 자포스를 떠났다. 대부분 수직적 조직문화에 익숙한 관리자급 직원이었다. 과도하게 파격적 변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거부감을 갖게 만든다. 또한 높은 지위와 명예는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니 직위를 없애면 성과를 냈을 때 받을 보상이 사라지며 동기부여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홀라크라시 체제하의 자포스는 보스를 없애는 대신 구성원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진 리더가 되길 바랐다. 직급 때문에 제한받는 영역이 없는 만큼 누구나 팀장급의 책임을 지니게 됐다. 하지만 일부 주니어 사원들에게 있어 리더가 가지고 있던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 대부분의 조직원들은 본인의 능력을 뛰어넘는 책임을 지기를 원하지 않았다. 어떤 집단에서도, 매니저를 두는 것을 금지한 홀라크라시에서도 조직을 이끄는 사람은 생긴다. 겉으로 보기에만 없을 뿐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누군가의 결정을 따른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면 문제는 커진다. 제도적으로 리더를 두지 않기에 한 명의 사람이 자신의 판단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지양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한 명의 목소리가 가장 클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발하는 사람이 생기거나, 결정을 내리는 사람도 뚜렷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자포스의 홀라크라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지켜보자'라는 의견이 많다. 창업자인 토니 셰이 또한 이러한 진통에 대해 "새로운 조직문화로의 이행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큰 규모의 기업에 엄청나게 파격적인 변화를 꾀한 만큼 더 긴 시간을 기다려야 그 결과를 알 수 있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자포스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다. 많은 회사에서 익숙한 '위계질서'를 폐지한 것이기에, 자포스의 사례는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고자하는 회사들에게 여러 시사점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