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A씨는 팀장의 지시로 휴식시간마다 틈틈히 장기자랑 준비를 한다. 며칠 뒤 다가올 회사 행사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몇 년째 행사 때마다 점심시간도 거르고 연습하는 일이 이제는 괴롭다.

#. 며칠 전 업무상 실수로 상사와 마찰을 빚은 B씨는 이후 회사에서 왕따가 된 기분이다. 동료 앞에서 상사가 욕설을 퍼붓는 것은 물론 B씨를 제외하고 업무를 진행하는 일도 허다하다. 어제는 노조에서 해고시키겠다는 말을 들었다.

앞으로 동료, 후배를 막론하고 관계상 우위를 이용한 괴롭힘 행위들이 금지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6개월간의 유예 기간을 거쳐 16일 본격 시행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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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괴롭힘으로 인정되기 위해선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는 행위일 것,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행위일 것,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일 것이다.

괴롭힘 장소로 인정되는 곳은 외근·출장지부터 회식이나 기업 행사현장, 사적공간과 사내 메신저·SNS 등 온라인상의 공간이다.

매뉴얼을 보면 폭행과 폭언, 협박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근로계약서 등에 명시돼 있지 않은 허드렛일만 시키거나 일을 거의 주지 않는 것도 직장 내 괴롭힘에 포함된다.

의사와 상관없이 음주, 흡연, 회식 참여를 강요하거나 집단 따돌림, 신체적인 위협, 업무 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롱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반면 사회적 통념상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지 않은 상사의 요구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지 않는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사용자는 즉시 사건을 조사해 피해 직원의 희망에 따라 근무지를 바꿔 주거나 유급휴가 등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

괴롭힘이 발생한 사실을 신고하거나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시민사회단체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첫날인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관련한 일반적인 오해를 설명하고, 괴롭힘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십계명을 발표했다.

십계명은 ▲내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가까운 사람과 상의하기 ▲병원 진료·상담받기 ▲갑질 내용과 시간 기록하기 ▲녹음, 동료 증언 같은 증거 남기기 등이다.

진나연 기자 jinny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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