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훈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본격적인 장마와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장마가 그리 달갑진 않지만 농사를 짓는 농부들을 생각한다면 메마른 대지를 흠뻑 적셔 줄 단비도 한편 간절하다.

대전시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을 특별히 ‘대전 방문의 해’로 정하고 다양한 즐길 거리, 볼거리,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이제 겨우 대전생활 1년반 남짓한 나에게 스스로 물어 본다면 뭐가 가장 먼저 생각 날까? 이 물음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대전하면 연구단지, 교통이 편리한 도시, 교육도시, 성심당, 칼국수, 두부 두루치기, 한화이글스, 유성온천, 계룡산, 계족산 황톳길, 대청호 등이 떠오른다. 이러한 자연환경이나 음식물, 특산물은 다른 도시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들이다. 대전의 도시 이미지는 무엇일까? 대전의 도시 브랜드는 무엇일까?

가까운 대구는 국채보상운동의 중심 도시라는 자긍심이 매우 크다. 이 도시 사람들은 무엇을 말하든 국채보상운동을 손꼽는다. 울산 사람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산업도시 외에 반구대 암각화의 선사문화가 숨쉬는 도시, 클린도시로 그 지역을 대표해서 말하곤 한다.

대전은 타시·도에서는 익히 없었던 ‘복지 만두레’라는 나눔의 제도가 있어 왔다. 지역 주민들이 서로 상부상조하며 십시일반 어려운 이웃을 도와왔던 어쩌면 지금 정부가 대표적으로 추진하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운동의 전신이 바로 ‘복지 만두레’ 였다. 그런가하면 자치구는 각 구마다 특성을 살려 대표적인 나눔운동들을 펼쳐가고 있다. 동구는 얼마전 행안부로부터 주민생활혁신사례로 선정돼 챔피언 밸트까지 받은 나눔천사운동(나눔냉장고)이 뿌리깊게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중구는 중구2040(중구 이웃사랑)운동, 서구는 투게더 서구희망나눔운동, 대덕구는 대덕구민 1000원 이웃사랑운동을 펼치고 있다. 또 유성구는 5개구 중 유일하게 유성구 행복누리재단을 만들어 나눔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것만 보아도 대전은 가히 나눔의 도시라고 자부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전은 큰 기업체가 있지 않은 도시이다. 그러고 보니 나눔참여도 법인기부보다는 개인기부가 타 지역에 비해 높다. 다시 말하면 십시일반 시민들의 나눔참여가 두드러진 진정한 나눔 도시라고 할 수 있겠다.

대전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대전역에 내렸을 때 가정 먼저 만나는 것이 욕심 같겠지만 ‘사랑의 열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난 겨울 전국에서는 유일하게 역 광장에 ‘사랑의 온도탑’을 세우고 많은 시민과 방문객들이 대전의 나눔온도를 기억하고 한마음으로 달성을 염원했던 일들을 기억한다. 어느 여행가는 그 앞에서 인증샷을 찍어 SNS에 홍보하기도 했다.

이제 연중에도 그 자리에 ‘사랑의 열매 벤치 조형물’이 설치된다면 여행객들은 잠시 쉬기도 할 것이도 또 어떤이는 SNS를 통해 한손에는 대전의 대표 먹거리 성심당 빵을 들고 대전 방문을 알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전역에서 내려 도시를 걷다보면 건물마다 상점마다 손쉽게 사랑의 열매가 달려있는 ‘착한 가게’ 상점을 만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아직은 대전에선 한곳도 없지만 ‘착한 가게’가 모여 있는 ‘착한 거리’가 조성돼 그 거리를 걷는다면 걷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나눔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불어 우리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상품에 사랑의 열매를 달고 그 물건을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나눔에 동참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 모름지기 대전은 나눔의 도시가 되어 갈 것이다. ‘대전 방문의 해’를 맞아 대전을 알리는 축제와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도 물론 개발되어야 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도시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나눔의 가치를 우리 도시에 덧입힌다면 단기간 진행하는 ‘대전 방문의 해’를 넘어서 훌륭한 도시 브랜드, 도시 가치가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