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규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자연의 모든 생명체는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하지만 경쟁 이외에 생물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생존 전략이 바로 협동이다. 식물과 동물, 동물과 동물 등 개체간의 상호작용과 협력을 통해 생태계가 유지되는 것이다. 이처럼 보편적인 '공생-상호호혜'의 원리는 사람 사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인류는 오랜 역사 속에 경쟁을 통해 진화하고 발전해 왔지만 경쟁만으로 사회 발전과 진화를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 지나친 경쟁은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 사회가 건전하게 유지되고 발전하려면 경쟁 못지않게 협력이 필요하다. 경쟁과 협력은 상호 충돌되거나 모순되는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고 의존적인 관계이다.

강력한 경쟁관계에 있는 두 대상을 뜻하는 '라이벌(rival)'이라는 단어는 원래 강을 의미하는 리버(river)에서 유래했다. 강을 사이에 둔 두 마을은 같은 강물을 마시고 그 물로 농사를 지어야 하기 때문에 서로 더 많은 물을 차지하려고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가뭄이 들면 서로가 공동운명체임을 깨닫게 된다. 어떻게 하면 강물을 끌어오고 유지할 수 있을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찾게 되는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우리 사회는 산업사회에서 정보화사회, 디지털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제조업 중심 산업사회의 업무 방식은 '포드시스템'으로 유명한 분업이었다. 하지만 정보화 사회를 거쳐 산업간, 업종간 장벽이 사라지는 디지털(Digital) 사회로 접어들면서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다양화, 개인화되고 있는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업도 서로 협력하면서 동반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초지능·초연결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키워드는 '융합'과 '협업'이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사회에서도 점차 최고의 라이벌을 최고의 실력자로 인식하고 협업의 범위을 확장하고 있다. 과거 경쟁상대로만 여겼던 동종 분야 기업과도 윈윈(win-win)할 수 있다면 협업을 망설이지 않는다. 더 나아가 동종 기업 뿐 아니라 산업 간 경계를 뛰어넘어 이종 업체들 간에도 전략적 제휴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더 이상 완전한 무에서 새로운 유를 만들어내는 창조는 쉽지 않다. 사람과 사물, 공간 등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에는 다양성을 결합하고 협업할 때 비로소 유의미한 창조적 혁신이 가능하고 시너지가 창출된다. 미국의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의 표현처럼 근원적 진화는 경쟁이 아닌 공생, 협업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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