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필선 ETRI 기술정책연구본부 책임연구원

필자가 근무 중인 연구원은 우리나라 최대의 ICT 연구기관으로서 지난 40여년 동안 수많은 연구개발(R&D)을 수행해왔다.

연구원의 역사가 우리나라 ICT의 역사로 인식될 만큼 다양하고 주목할 만한 ICT 기술을 개발하여 확산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 편의와 국가 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경쟁 강도 및 범위 증가, 시장 수요의 다변화, 사업 구조 변화 등 내·외부 환경이 급속히 변화함에 따라 근래에 임팩트가 큰 성과물이 안 보인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제4차 산업혁명과 같은 거대한 패러다임의 진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ICT 기술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으로 더욱 지능화되고 있으며, 5G의 상용화와 더불어 한층 더 빠르고 신뢰성있는 초연결 사회로의 진입을 이끌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미디어는 VR/AR 기술의 발전으로 점점 더 실감화, 체험화되고 있어 일반 소비자들은 그 변화의 속도에 놀라고, 국가나 기업들은 변화에 대응하고자 기를 쓰고 있다.

이러한 급속한 환경 변화 속에서 연구기관들은 기술개발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기술개발 성공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R&D 수행 관점에서는 원하는 기술개발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공공연구기관 차원에서의 성공은 이보다 더 확장된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즉 기술개발로 산출된 결과물(technological output)이 제품이나 서비스로 구현되어 시장(market)에서 제대로 확산되고, 관련 산업(industry)의 활성화가 이루어지면서 궁극적으로 기업 및 국가 경제(economy)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나타내야 한다.

기술개발의 결과물이나 관련 특허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면 진정한 성공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기술(technology)과 경제(economy)가 만남으로써 기술개발의 진정한 의의가 생기는 것이다. 성공적인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기술개발 자체의 성공적 추진뿐만 아니라 이를 둘러싼 다양한 지원 활동들과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특히 필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점은 앞서 언급한 ‘기술과 경제의 조화로운 연결’을 위해 요구되는 중요한 과정 중의 하나인 기술 정책적 그리고 기술 경제적 관점을 기술개발 프로세스에 녹여 내는 것이다. 연구기관 차원에서 기술개발의 전략적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과를 극대화하는 기술 정책적 활동과 더불어 개발기술의 경제적 가치나 파급효과 등을 분석하는 기술 경제적 활동을 동시에 추진함으로써 성공적인 기술개발 조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얼마 전 연구원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해 21세기 대한민국의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 ‘미래사회를 만들어가는 국가 지능화 종합 연구기관’으로서의 비전을 수립·선포하고 조직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중이다. 그리고 진정한 ‘혁신의 길(Via Novata)’로 걷기 위해 다양한 전환 아이템을 발굴·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의 시점에서 필자가 속한 기술정책연구본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됐다.

ICT 기술개발과 이를 통한 국가 지능화의 올바른 방향성을 정립하는 동시에 개발기술의 경제성을 제대로 진단함으로써 ETRI가 궁극적으로 국가 경제 부흥에 기여할 수 있는 성공적인 연구조직으로 거듭나는데 일조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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