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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하지만
이미 크게 뛴 상태…충격 여전
중소기업계도 아쉬움 드러내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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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또 올랐네요. 안 그래도 힘든데 답답한 심정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충청권 소상공인들의 주름살이 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2.87% 인상된 8590원으로 결정됐다.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지만 자영업계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내수 경기 부진과 모바일 및 주문배달 시장 확대로 고전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이번 인상을 날벼락으로 여기고 있다.

2년간 30%에 육박하는 인상률이 누적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마당에 내년 추가 인상까지 겹치면 버텨낼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서구 갈마동에서 영업 중인 한 편의점 점주는 “역대 최저 수준의 '소폭 인상'이라고 하는데 이미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 상태여서 조금만 더 올라도 충격이 크다”면서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지난해 이후 급격히 최저임금 탓에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해 더 이상 감축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특히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임금의 최초 취지 무색게 만든다고 주장하며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를 오히려 빼앗고 쪼개는 결과만 낳는다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서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4) 씨는 “정부가 몇 년째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하면서 종업원 8명 중 절반을 해고했다”며 “더 이상 자를 종업원도 없는데 또 올라 난감하고 종업원의 출근 시간을 늦춰야 되나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인건비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경기 침체로 매출은 오히려 쪼그라들어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중소기업계도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최근 2년간 급격하게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절실히 기대했던 최소한의 수준인 '동결'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아쉬운 결과”라며 “향후 최저임금위원회가 기업의 지불능력을 고려한 업종별, 규모별 구분 적용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논의해 만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세 중소기업도 뿔이 나긴 마찬가지다.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최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여파로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 변수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충청권의 한 제조업체 사장은 "주변 업체 사장들이 희망을 잃었다고 말하는 상황으로 자꾸 벼랑으로 내몰면 결국 손을 들고 만다"면서 "이번에 동결됐어야 정부 정책 변화를 기대하고 시장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중기부가 곡소리 나는 중소기업 입장을 잘 대변해줄 줄 알았는데 다시 인상돼 아쉽다"며 "경영 환경을 개선할 방법이 없어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근로자들은 최저임금 인상 폭이 최소화된 데 안도하는 분위기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박모(25) 씨는 "이 정도 인상 폭이면 근로 시간이 줄지는 않을 것 같다"며 "많이 안 올라서 다행"이라고 했다.

일부 아르바이트생 사이에선 "너무 조금 올랐다”며 “1만원까지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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