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식 충북본사 취재부장

“공원을 살려주세요.” 문장은 간결하고 뜻은 명료하다. 좋은 프레임이다. 청주시는 이미 이 프레임에 갇혔다. 청주시가 어떤 대책을 내놔도 “그러면 공원을 훼손하자는 겁니까”라는 역공이 가능하다. ‘전가의 보도’다.

‘패싱’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대통령이 오버랩된다. G20포럼 참석차 일본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 우산을 쓰고 공군1호기에서 내려오는 모습에 재차 ‘패싱’이 등장했다. 포럼에 불참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산을 쓰고 에어포스1에서 내려오는 사진이 제시되고, 포럼 시간 다른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화면을 제시해도 ‘패싱’이란 프레임의 위력은 여전하다.

프레임의 강력함은 청주시로 국한되지 않는다. 합리적·온건적 시민단체 인사들의 운신의 폭도 좁혀 버렸다. 구룡산살리기시민대책위원회의 뜻과 다르면 ‘환경파괴론자’, ‘개발론자’가 돼버린다.

디테일을 살펴보자. 지난주 박원순 서울시장이 청주에 내려와 “조그만 공원이라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당연한 말이다. 청주도 그랬으면 좋겠다. 청주가 예산 35조원에 재정자립도 80%에 달하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청주시가 ‘돈’이 없는 것은 통합 후 고비용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청주시민의 90%, 청원군민의 60%가 통합을 원했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헌정사상 최초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통합이 이뤄졌다.

‘돈’은 제한됐는데 프레임의 힘이 발휘되면서 올해말부터 예산은 공원매입에 쏠리게 됐다. 청주시의 최초 구상은 100억원 가량 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매입비용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짐작조차 어렵다. 물리학적 원칙에 따라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뒤따른다. 특정 부분에 예산이 집중되면 어딘가는 비워야 된다.

SOC(사회간접자본)가 1순위가 될 것이다.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청주에서 이뤄지는 민간공사에 지역건설업체는 29% 정도만 참여한다. 반면 관급공사는 91%다. 청주시의 SOC예산 삭감은 지역건설업체에 직격탄이 된다. 참고로 건설업의 고용유발계수는 9.2명으로 제조업의 약 3배에 달한다. 누군가의 주장이 누군가의 실업으로 연결되는 ‘나비효과’로 파급될 것이다.

‘황금알을 낳아주던’ SK하이닉스는 독감에 걸렸다. 1분기 영업이익은 2016년 수준이다. 일본의 몽니에 후반기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지난해 SK하이닉스가 납부한 지방소득세는 1800여억원이다. 내년 예산은 기본적으로 -1500억원에서 시작한다고 봐야 한다.

청주시가 공원 테두리를 매입해 개발을 제한하는 ‘공공형알박기’를 하자는 대안이 제시되긴 했다. 공공이라는 단어가 알박기의 속성을 바꾸지는 않는다. 알박기를 한 청주시가 앞으로 ‘공중도덕’, ‘시민의식’을 외친다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구룡공원을 살려주세요”라는 작용에 또 다른 반작용도 나온다. 이제 “운천·명심 공원도 지켜주세요”라는 요구가 나왔다. 아마도 운천신봉동에서 그치진 않을 것이다. 지역 대 지역 간 갈등으로 불거지지 않기만을 바라야 한다.

논쟁이 커지는 사이 현재까지 나온 유일한 대안인 ‘민간공원개발’은 시간에 쫓기고 있다. 자칫 타이밍을 놓치면 청주시가 일부만 매입하든, 아니면 난개발이 시작되든 끝장으로 갈 것이다. 국비 지원이 현실적 대책이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시민 모두가 고민하고 미래를 위한 선택에 의견을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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