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비닐 사용 절반이상 줄어도
스티로폼·비닐 등 개별포장↑
환경오염 정책 실효성 의문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된 지 100일이 지난 가운데 속비닐 사용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유통업체마다 여전히 자체적으로 신선식품을 개별 포장해 판매하고 있어 큰 틀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제한을 통한 환경오염 방지라는 정책 목표가 제대로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이마트에 따르면 비닐봉지 사용제한 정책이 시행된 이후인 지난 4~5월 사이 전국의 이마트에서 사용된 속비닐은 1.3㎢였다. 지난해 4~5월 사용된 속비닐 양이 4.8㎢였던 점을 고려하면 사용량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간 대형마트에서는 과일이나 채소 등 신선식품 판매대에 롤 형태로 뜯어서 사용하는 속비닐을 비치해왔지만, 지난 4월 1일 이후부터는 어패류처럼 액체가 샐 수 있는 제품, 흙 묻은 채소 등에만 예외적으로 비닐을 제공하고 있다.

롯데마트의 경우도 비슷했다. 지난 4~6월 사이 매장 내 속비닐 사용량은 직전 3개월(1~3월)보다 48.2% 줄었고 전년 동월과 비교해서는 70.2%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속비닐 사용량은 감소했지만, 대형마트에서 개별 포장 상품을 판매해 '눈 가리고 아웅'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신선식품은 여전히 비닐과 랩, 스티로폼 등으로 개별 포장된 제품이 많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규제 이후 오히려 낱개 포장 제품이 늘었다며 '비닐봉지 제한을 통한 환경오염 줄이기'라는 정책의 취지가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 대형마트에서는 속비닐이 필요한 제품을 찾기 힘들다. 대부분 제품이 비닐이나 플라스틱으로 자체 포장이 돼 있기 때문이다.

대전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양배추와 샐러리, 당근 등 채소를 대부분 비닐봉지에 개별 포장해 판매하고 있다.

판매대에는 포장하지 않은 채소를 2~4개씩 하나의 비닐봉지 속에 담아 개별 포장한 채소가 함께 진열해 놓기도 한다.

축산물과 수산물도 대부분 스티로폼 접시와 비닐랩 등으로 포장된 상태다.

대형마트가 이미 자체적으로 개별 포장해 내놓은 상품들이 많아지면서 소비자로서는 굳이 속비닐을 찾을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소비자들은 속비닐 사용량은 많이 줄었지만, 전체적인 일회용품 사용량은 줄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주부 박모(52) 씨는 “과일, 야채, 고기 등을 사 오면 집에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용기가 쌓여 버리는 게 일”이라며 “이미 마트에서 개별 포장해 둔 상품들도 많아서 비닐봉지 사용제한 정책으로 인해 실제 일회용품 사용이 줄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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