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정부도 뿔났다

▲ 연합뉴스

☞한국인에겐 예민한 단어가 있다. 바로 ‘일본’이다. 이는 우리의 아픈 과거사와 직결된다. 역사를 배웠다면, 어쩔 수 없다. 너무 아팠기에 여전히 분노한다. 시간이 지나도 마찬가지다. 평상시엔 이런 마음을 숨겨놓고 산다. 일본 여행을 가기도 한다. 일본 음식을 먹기도 한다. 일본 물건을 사기도 한다. 하지만 스포츠 경기를 하면 드러난다. 축구 한일전은 그래서 예민하다. 다른 스포츠 경기도 마찬가지다. 일본에게만큼은 지면 안된다. 가위바위보도 져선 안된다. 그런 우리를 일본이 건드렸다.

☞아베 정부는 1일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이다. 심지어, 자유·공정무역을 외쳤던 오사카 G20 정상회의 직후다. 뒤통수가 따로 없다. 하지만 이는 우리만의 피해는 아니다. 일본 기업들도 수출길이 막히기 때문이다. 또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 소지가 있다. 이 때문인지 일본 내에서도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자칫하면 '자충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아베 총리는 변명을 내놨다. 이제는 북한 때문이란다. 한국에 수출한 전략물자의 북한 유출 가능성이 있단 거다. 너무 터무니없는 소리다. 무리수가 따로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나섰다. 8일 "한국 기업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면,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보복 철회'와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했다. 나긋한 협박이자 매너 있는 회유였다. 하지만 일본은 양자협의도 거절했다. 결국, 정부도 폭발했다. 반격을 시작했다. WTO 상품무역이사회에 일본의 수출 규제를 추가 의제로 긴급 상정했다. 이후, 정부는 WTO 제소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오버하는 셈이다. 그의 필승전략은 한·일 갈등 격화다. 그래야 보수들을 결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그들도 '절레절레'다.

☞국민들은 분노를 드러냈다. 똑같이 복수하잔 거다. 일본 여행 취소,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이 그 방법이다. SNS에선 일본 여행 취소 인증이 유행하기도 했다. 일본 맥주도 덜 나갔다. 또 유니클로, 무인양품 매출이 줄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마저도 금방 식을까 우려한다. "유니클로 세일엔 또 북적댈 거다"란 비아냥도 있다. 물론 맞불 정책이 마냥 옳지만은 않다. 하지만 때론 무서움을 보여줘야 한다. 백의민족의 집요함을 보여줄 때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maybe041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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