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청주의료원 외과 과장
특별한 증상 없을땐 건강검진서 발견
현대인 생활습관과 밀접한 관련 있어
잠 대신 스마트폰·카페인중독 등 원인
만성피로… 갑상선 ‘항상성’ 위해 분투

▲ 김영수 과장
▲ 김영수 과장

갑상선 질환(특히 결절, 암 등의 종양)에 대한 진료를 15년 넘게 해오면서 많은 환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도대체 왜 생겼나?"이다.

아마도 3~4㎝ 이상 커지기 전까지는 종양 자체에 의해 식도가 눌려 삼키기가 어렵거나, 기관지가 종양의 반대편으로 밀려서 목소리가 변하거나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등의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는 대부분 건강검진 등에서 시행한 경부 초음파 검사에서 발견되기 때문인데, 처음엔 "나한테 왜?" 이런 반응을 보이다가 초음파 사진을 보면서 차근차근 설명을 드리면 일단 수긍을 하시지만, 그래도 십중팔구는 이어서 "그런데, 이런 게 왜 생겨요?"라고 질문한다.

물론 필자도 전문의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는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이러이러한 유전적 요인, 병태 생리학적인 요인 등의 '가능성'이 있는데, 환자분의 경우에는 대략 몇 번째 원인이 가장 주된 요인일 것 같다라는 설명을 늘어놓기 일쑤였고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환자와 의사간 서로의 마음에 설명 안 되는 답답함이 커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유는 의사의 입장에서는 대부분 결절의 원인이 정확히 무엇인지 확언하기가 어렵고, 환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저런 가능성을 들었어도 실생활과는 동떨어진 병리적 원인들이 속 시원히 와 닿지 않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차츰 연륜이 쌓이면서 원인을 알고 싶어 하시는 환자분들께는 오히려 거꾸로 이것저것 여쭤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혹시 수면시간은 충분하신가요?', '밤늦게까지 깨어 있지는 않으신가요?', '수면시간은 7시간 이상으로 충분한 것 같은데 그러면 수면의 내용(질)은 어떤가요? 한 번도 깨지 않고 아침까지 푹 주무시나요?', 또는 '자주 야근을 하고 계시지는 않나요?', '생활 속에서 전자파의 위험도가 높은 여러 기기들을 늘 가까이 하고 계시지는 않나요?' 등등….

이런 질문에 대해 거의 대부분의 남성 환자분들은 야근이나 전자파 위험환경에 대해 시인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여성 환자들은 다양한 이유들을 대기는 하지만 결국 종합해 보면 걱정, 불안으로 수면의 질이 떨어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별다른 생활 속 원인이 없어 보이는 젊은 층에서는 많은 환자들이 밤늦게까지 스마트 기기를 통한 채팅이나 게임을 한다는 얘기를 듣는다. 또한 특이하게도 새벽기도 생활이 생활화 되어있는 개신교 목사님이나 사모님들에게서 갑상선 종양이 흔한 것 같다는 인상도 많이 받는다.

물론 위의 내용은 무슨 권위 있는 논문이나 대규모 통계를 통해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15년여의 갑상선 종양 진료 경험으로 느낀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몇 년 전부터 나도 잠자리에서 30분 이상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수면의 질을 위해서 저녁 식사 후에는 후식이나 수분섭취도 제한을 해왔는데, 최근 수면 유도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것 같고, 아침 에 일어나서 개운하지 않은 상태가 출근 후에도 지속되고 있는 것을 자주 느끼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손쉽게 손이 가는 것이 바로 커피이고, 이제는 주변에서 흔히들 저녁 식사 이후에도 카페에 모여 커피를 후식으로 즐기는 세태가 되었다.

‘스트레스’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원인 이외에도 늦은 밤 문화가 일상화된 사회와 잠자리에서의 휴대폰 사용이나 시간을 가리지 않는 카페인 남용 등 얼른 떠오르는 원인들에 의해 방해 받는 수면의 양과 질을 통해 우리 현대인은 알게 모르게 만성 피로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고, 이런 육체에서 항상성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갑상선은 서서히 지쳐가다 급기야 여러 질환, 특히 종양으로 그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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