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를 처음 배울 때 왜 엄마가 아들을 업고 있는 모양으로 설명하나요?”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단어들조차 성차별적인 부분이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반면 오랜 기간 사용한 단어라는 점에서 바꾸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반발의 목소리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최근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시민의 참여로 성차별 단어를 바꾼 ‘서울시 성평등 언어사전 시즌 2’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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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성평등 언어사전 사진=서울시여성가족재단 제공

작년 6월 발표된 성평등 언어사전 시즌 1은 저출산을 저출생, 미혼을 비혼, 몰래카메라를 불법촬영, 리벤지 포르노를 디지털 성범죄로 바꿔 사용하기를 제안했고, 대체단어들은 현재 실생활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성평등 언어사전 시즌 2는 국어 및 여성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들의 회의를 거쳐 우선적으로 확산해야 할 10개의 단어를 선정해 지난 27일 발표됐다.

‘맘스스테이션’은 아이들의 등하원 버스 정류소를 지칭한다.

맘스스테이션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어떤 곳인지 한 번에 와 닿지 않는다.

또 엄마만 아이를 바래다주지 않기 때문에 실제 이용하는 아이를 주체로 한 ‘어린이 승하차장’으로 순화했다.

‘수유실’은 모두가 함께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아기쉼터’ 또는 ‘아기휴게실’로 명칭을 바꾸기를 권했다.

모유수유 공간이 별도로 구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유실’이라는 이름 때문에 아기와 함께 외출한 아빠들이 꺼려한다는 이유에서다.

아빠들이 밖에서 아기의 기저귀를 마음 놓고 갈 곳이 없어 곤란했던 경험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운전을 잘 못하거나 비상식적으로 하는 사람을 통칭하는 ‘김여사’는 특정 성별, 연령대를 지칭하지 않는 ‘운전미숙자’로 부를 것을 촉구했다.

이외에도△‘분자’와 ‘분모’는 ‘윗수’, ‘아랫수’, △‘부녀자’는 ‘여성’, △‘경력단절여성’은 ‘고용중단여성’, △‘버진로드(Virgin Road)’는 ‘웨딩로드’, △‘스포츠맨십’은 ‘스포츠정신’, △‘효자상품’은 ‘인기상품’으로 바꿔 부르자는 제안이 나왔다.

하지만 수십 년간 사용해온 단어를 한순간에 바꾸는 것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특히 온라인에선 ‘분자(分子)’, ‘분모(分母)’를 순화한 ‘윗수’와 ‘아랫수’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한 네티즌은 “이미 굳어진 단어를 성차별적으로 해석하는 건 너무 억지가 아니냐”며 지적했다.

“바꾼 단어가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킨다”, “그런 논리라면 모국어(母國語), 항공모함(航空母艦)도 바꿔야 되지 않냐”는 비판도 이어졌다.

하지만 혹평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언어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며 “지금이라도 성차별단어임을 인식하고 변화해 나가야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현재 수학용어는 일본식 한자에서 받아들여진 것이 많다. 오히려 윗수, 아랫수로 바꿔 부르는 것이 분모, 분자보다 직관적이어서 이해가 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한편 종교계에서는 ‘임신중단’이라는 대체단어가 생명 경시 풍조를 조장한다며 반발하고 있어 더 큰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정민혜 기자 jm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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