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익 청주시 서원구 건축과 가로정비팀장

최근 발표된 UN 2019 세계행복 보고서에서 한국은 5.895점(10점 만점)으로 전체 156개국 중 54위에 그쳤다. 한국은 기대수명(9위), GDP(27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부정부패(100위) 등에서 하위권을 기록했다.

또한 청주시의 국민권익위원회가 측정한 최근 5년간 종합 청렴도는 5등급 중 3~4등급으로, 과거의 오명을 씻고 공정하고 신뢰받는 도시 이미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반부패·청렴 노력이 과거보다 훨씬 더 요구된다.

최근의 몇몇 사건들로 공직사회가 경직되는 측면이 있는 것을 볼 때 마음이 무겁다. 지금은 업무 관련 협조단체나 민원인들과 식사를 한다는 것은 금액을 떠나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으며, 부서 내 상·하급 간, 이성 간에도 대화할 때 이런 말을 하면 상대방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무례하지는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수차례 진행된 성희롱 예방교육, 공직자 청렴교육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동안의 공직비리 근절대책은 상시 감찰, 사안별 특별 감사, 3대 비위행위 페널티 강화 등 외부 통제식·하향식 감시 형태라 '사후 약방문(死後 藥方文)'의 성격이 없지 않았고, 장기적으로 볼 때 부패 없고 투명한 공직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는 미흡한 면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이에 청주시는 청렴도 향상 종합 대책을 위한 추진단을 구성하고 각 부서에 공직문화 개선을 위한 '1부서 1실천 청렴 과제 발굴 및 실천'을 시행 중이다.

'1부서 1실천 운동'의 예를 들면 △저녁 대신 점심에 회식하기 △연가, 육아시간 자유롭게 쓰기 △퇴근 후 술자리 참석 종용 금지 △불필요한 인허가 지연 금지 △향응 접대 거절 및 요구 금지 등이다.

당연하고도 소소한 것 같지만 공직사회의 부서 내에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부서가 실천할 수 있는 과제를 선정해 함께 노력해보자고 결의했다는 데 의미가 있으며, 공직사회 내부의 자율적 청렴기반을 마련하는 데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한 일화를 들고자 한다. 이순신 장군이 무과에 급제하고 35세에 훈련원 봉사(종 8품)로 있을 때 당시 병조정랑(정 3품)이었던 서익의 인사 청탁을 거절한 일이 있었다. 지금으로 말하면 최고 말단 공무원이 자신과 같은 무관들의 인사행정을 담당했던 고위 관리자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인데, 당시 시대 상황으로 볼 때 이순신 장군이 얼마나 철두철미하게 원리원칙을 중시하고 소신이 있었는지를 단면으로 보여준다.

우리 부서는 얼마 전 출입문에 '청렴과 친절이 가득한 건축과'라는 표어를 붙였다. 과에 드나드는 민원인들에게는 겸연쩍을 수도 있지만 '앞으로 친절하고 청렴하게 일하겠습니다'라고 서로 다짐하는 의미도 있으니 잘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청렴', 특히 '공직자의 청렴도'가 국가 경쟁력과 신뢰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원론적인 말은 차치하더라도 나 자신이, 그리고 옆의 동료가, 일화로 든 한 말단 공무원의 예처럼 소신과 원칙을 가지고 떳떳하고 투명한 공직자가 되려고 노력했을 때 국가 발전과 개인의 행복감은 배가되리라고 생각된다.

오늘도 마음속으로 동료 직원에게 인사를 해본다. "당신은 청렴하십니까?" 아니 "나는 청렴합니까?"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