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짜리 아들 앞에서 베트남 국적의 아내를 무차별 폭행한 남편에 대해 사회적 공분이 확산되고 있다. 마구 폭행을 당하는 엄마 곁에서 두려워 울음을 터트리는 어린 아들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져나가면서 네티즌의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폭력 남편을 엄벌하라는 국민청원에 네티즌의 동의가 이어지고 있고, 베트남 현지의 분노도 예사롭지 않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베트남 공안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베트남 이주여성 폭행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엄정한 수사를 약속했다.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도사리고 있던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의 민낯이 드러났다. 국제결혼이 일반화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제기돼온 사안이다. 우리나라 국제결혼 건수는 매년 전체 혼인의 10%수준이다. 2018년 국제결혼 건수는 2만2698건으로 전년에 비해 9%가 늘어났다. 결혼이주여성 가정폭력에 대해 우리 사회가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자료를 보면 결혼이주여성 10명 중 4명은 가정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유형은 폭행 이외에도 욕설, 흉기 협박, 성적 학대, 한국식 생활방식 강요 등으로 나타났다. 2007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에서 폭행 등으로 숨진 결혼이주여성은 21명이라고 한다. 그 가해자 대부분이 남편이다. 결혼이주여성의 빈약한 인권 구조에서 비롯되고 있다. 부부관계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해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 남성 측에서 최대 3000만원의 소개비를 주고 있다고 한다. '매매혼' 형태의 결혼 방식이 상하 수직 관계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결혼이주 여성의 법적 지위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이런 일은 반복될 개연성이 더 커지게 돼 있다. 이주여성이 한국에서 계속 체류하기 위해선 남편의 신원보증이 필수적이다. 배우자에게 절대 복종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 한둘 아니다. 국내 외국인 체류자가 230만명을 넘어섰다. 본격적인 다문화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포용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 공동체 사회도 멍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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