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엔디컷 우송대학교 총장

공자는 지혜를 배우기 위한 방법으로 사색, 모방, 경험의 세 가지가 있는데 사색은 가장 고상하고 모방은 가장 쉬우며 경험은 가장 어렵다고 했다. 필자는 여름방학을 맞이한 학생들에게 사색도 좋고 모방도 좋지만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 많이 경험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얼마 전 교육협력 논의를 위해 우즈베키스탄을 다녀왔다. 지금의 우즈베키스탄은 17년 전에 방문했을 때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발전해있었다. 특히 수도인 타슈켄트의 변화에는 압도당할 지경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은 오랫동안 소비에트연방에 속해있었기 때문에 문화와 경제의 침체기를 겪었다. 그래서인지 늦은 밤까지 꺼지지 않는 도시의 불빛들은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을 되살려놓겠다는 의지의 반짝임처럼 느껴졌다. 4차 산업혁명은 교육과 변화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2006년 완성된 아무르티무르 박물관은 그들의 찬란했던 영광을 잊지 않았으며 그 영광을 부활시킬 수 있다는 믿음같았다.

티무르는 14세기 중앙아시아를 넘어 터키, 러시아, 인도일부에 이르는 제국을 건설하고 실크로드의 부흥을 가져온 티무르제국의 황제이자 영웅이다. 문학가, 예술가, 학자를 존중했기에 티무르제국의 중심이었던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동서양을 넘나드는 문화를 꽃피우기도 했다. 당시 수도였던 사마르칸트는 동·서 무역의 중심지, 웅장하고 화려한 이슬람 중심지이기도 했다. 한 때, 중앙아시아를 호령했던 우즈베키스탄인의 자존감은 그들의 마음속에 아로새겨져서 언젠가는 다시 부활하리라는 각성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긴 역사의 수레바퀴 아래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살아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들을 다시 힘차게 움직이는 동력은 우리도 해냈었다는 그 경험이 중첩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변화하는 도시, 사람들의 눈빛과 표정에서 그 자존감을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사람을 만나다보면 그런 사람이 있다. 예쁘고 잘 생겨서가 아니라 특별한 기운이 흘러 자꾸 돌아보게 되는 사람 말이다. 마음이 이끌려 다가가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 기운은 그냥 흐르는 것이 아니었다. 부단한 노력, 풍부한 경험들이 바탕이 되어 눈빛과 표정, 철학으로 어우러져 흐르는 것이었다. 스위스의 의사이자 작가였던 폴 트루니에가 쓴 책 '비밀'에는 이런 말이 있다. '소중한 것들과 소중한 경험들은 모두 올바른 범위 내에 잘 감춰뒀다가 자라서 열매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 축척된 소중한 경험을 자기 것으로 숙성시켜서 자신의 표정과 인생철학에 잘 녹여두는 것, 삶의 통찰력을 갖추는 것. 이것들은 매력 있고 성숙한 어른으로 자라는데 커다란 밑거름이 된다.

새로운 세계로 발을 내딛는 경험을 가로막는 것은 너무나 많다. 두렵다, 날씨가 덥다, 돈이 든다, 귀찮다, 실패할까 겁이 난다. 그러나 실패는 실패에서 얻어지는 것이 있고 아픔은 아픔에서 얻어지는 것이 있으며 슬픔은 슬픔에서 얻어지는 것이 있다. 버릴 경험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철은 뜨거운 불과 차가운 물을 오가며 담금질할수록 단단해지고 인간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지혜로워지고 강해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

온갖 핑계와 두려움으로 아무것도 안하는 지금, 그것은 청춘에 대한 직무유기이다. 필자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 풍부하게 적립된 경험과 거기서 배운 교훈으로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강인함과 지혜가 있는 그런 어른이 되기를 강력하게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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