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臧)과 곡(穀) 두 사람이 양을 기르다가 다 같이 양을 잃어버렸다.

장에게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손에 책을 들고 읽었다(책 읽는 일에 몰두했다)고 했다. 곡에게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박색(博塞) 놀이를 했다고 했다. 이 둘은 각자 한 일은 달랐지만 양을 잃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백이(伯夷)는 이름을 위하여 수양산 밑에서 죽었고, 도척은 이익을 위해서 동릉산에서 죽었다. 두 사람이 죽은 바는 다르지만 목숨을 죽여 본성을 해친 점은 마찬가지인데, 어째서 백이는 옳다고 하고 도척은 그르다고 하는가.

세상 사람은 모두 무언가를 위해 죽는다. 한 사람은 인의를 위해 죽었다고 해 세속에서 군자라고 일컫고 또 한 사람은 재물을 위해 죽었다 하여 세상에서는 소인이라고 일컫는다. 무언가를 위해서 죽었다는 점은 하나이지만, 군자니 소인이니 한다.

목숨을 죽이고 본성을 해친 점에서는 도척이나 백이가 다를 바 없거늘, 어찌 그 사이에서 군자니 소인이니 해야 하는가 또한 다른 글로 살펴보자.

또 이런 말로 독서망양(讀書亡羊)의 글귀을 말한다. 장에게 “당신은 어찌 하다가 양을 잃었습니까?” 물었더니. “죽간을 끼고 글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오”하고 말했고 “그러면 당신은 무슨 일을 하고 있었오?”하니 “노름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오”라 하였다.

이 두 사람이 한 일은 달랐지만 양을 잃어버린 것은 같았다.(장여곡 이인상여목양 이구망기양 문장해사 칙협책독서 문곡해사 칙박새이유 이인자사업부동 기어망양균야:臧與穀 二人相與牧羊 而俱亡其羊 問臧奚事 則挾策讀書 問穀奚事 則博塞以遊 二人者事業不同 其於亡羊均也)

이 이야기는 장자(莊子) 변무(騈拇)에 나온다. 장자는 양을 잃은 두 사람의 비유에 이어, 명예를 위해 죽은 백이와 욕심 때문에 죽은 도척의 죽음을 본성을 해쳤다는 점에서 동일시하면서, 인의를 위하여 몸을 바치면 군자라 하고 재물을 탐하다 죽으면 소인이라고 하는 세속적 편견을 비판했다. ‘독서망양’은 ‘장곡망양(臧穀亡羊)’이라고도 한다.

순자(荀子) 예론(禮論)의 양경(楊倞) 주(注)에 의하면 장(臧)은 남자 노비를 말하고 곡(穀)은 어린아이, 혹은 젊은 남자 종을 말한다.(奴曰臧, 孺子曰穀.) <국전서예초대작가·청곡서실운영·前 대전둔산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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