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석 충북교육정책연구소장

교육은 교사와 학생의 만남이다. 또한 동시에 가르침과 배움의 관계이기도 하다. 모든 가르치는 이는 더 많이, 더 깊게 무엇인가 가르치고자 한다. 그것이 지식이 됐건 능력이 됐건 가치가 됐건…. 배우지 않는 학생은 없다. 배우는 이도 그렇게 배우고자 한다.

그러나 가르침과 배움의 관계는 비례적이거나 조화롭지 않다. 가르친다고 해서 다 배우는 건 아니다. 가르친 만큼 배우지도 않으며, 가르치지 않는 것을 배우기도 한다. 교사의 열정과 헌신이 학생의 배움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심지어 가르침은 있는데 배움이 없는 경우도 있다.

배움은 가르침이 없을 때조차도 일어난다. 가르치지 않는 것을 배우며, 가르침을 넘어 배우기도 한다. 가르침과 배움 중 뭐가 힘이 세냐고 물으면 당연히 배움이다. 배움은 가르침 전, 가르치는 중, 가르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사람의 일생에 걸친 현상이다.

그래서 교육은 가르치는 것을 더 잘 배우도록 강요할 것이 아니라, 더 잘 배울 수 있도록 가르칠 수 있다는 믿음에 기초해야 한다.

기존의 교육은 교사 중심-가르침 중심이 아니었나 싶다. 중요한 것을 고르는 것도 교사였으며, 활동의 중심도 교사의 가르침에 있었다. 교사는 교과 전문가로서 지식과 논리를 충실히 요약, 번역, 해석하여 전달하는 것을 능사로 여겼다. 그러나 가르친다고 배우는 것이 아니며, 가르친 만큼 배움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며, 가르치지 않는 것도 배우고, 가르침을 넘어 배운다는 것을 상기하자.

이제 바야흐로 우리교육에 학생 중심-배움 중심의 교육을 더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요컨대 학생의 발달, 요구, 필요에 기초하고 학생의 흥미와 관심을 더 수용하며, 학생이 주도적으로 배움을 만들어 가는 교육 말이다.

학생들은 어떻게 배우는가. 스스로 배운다. 서로 함께 배운다. 하면서 배운다. 넘나들며 배운다. 이런 배움의 원리에 맞게 자기주도 학습, 협동?협력 학습, 실행·실습 학습, 현장체험 학습, 창의융합 학습 등이 더 많이 보장되고 장려되어야 한다.

학교 교실 안에 갇혀서, 교사의 입만 바라보거나, 혼자 쓰고 외우거나, 문제풀이하거나, 책만 들여다보거나, 교과나 단원에 함몰되거나 해서는 안 된다. 우리교육은 이런 모습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을까.

얼마 전에 다녀온 미국의 메트스쿨(The Met School)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4년제 공립 대안고등학교인 이곳엔 정해진 등교시간도 없고 이렇다 할 정규 교과목도 없다. 수업시간표도 시험도 없다. 개인 프로젝트와 인턴십 활동이 학교 교육과정의 중심이다.

학생들은 프로젝트 계획을 스스로 수립하고 진행하며 정리하여 보고한다. 인턴십 과정도 자신의 배움과 성장을 위하여 스스로 멘토를 찾고 직업 현장을 찾아 활동하며 결과를 공유한다.

학생들을 위하여 교사는 티처(teacher)라는 이름을 버리고 어드바이저(advisor)로서 4년간 부모처럼, 안내자, 조력자, 조언자, 촉진자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메트스쿨은 학생 절반이 저소득 가정 출신이고, 약 60%가 비백인계이다. 그러나 거의 모든 학생이 대학에 진학한다. 학생의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학습, 개개인의 배움을 지원하는 맞춤형 학습, 학교와 현장을 넘나들며 배우는 과정학습을 통해 이룬 성과이다. 가르침과 배움의 관계에서 보건 메트스쿨의 사례에서 보건 우리교육의 미래를 위해 좀 더 학생과 배움을 중심에 둔 교육 시스템 개혁, 교육자의 실천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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