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숙 찾아가는 효문화 교육 강사, 시인, 수필가, 효학박사

몇 해 전부터 중학생이 제일 무섭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었다. 심지어는 모 권력자도 제일 두려운 존재가 중학생이라고 풍자하며 일부 중학생의 인성을 염려하는 어른들이 많았다. 그러한 중학교 1학년 대상으로 모 중학교에 '2019년 학교로 찾아가는 효문화 교육'(한국효문화진흥원 소속)을 다녀왔다. 

매스컴을 통해 일부 청소년들의 문제를 볼 수 있었지만 필자의 주변에서는 그런 학생들을 볼 수가 없었다. 정말로 중학생들이 무서운지 참으로 궁금하였다. 그 궁금증을 가득 품고 학교 

정문에 발을 들였다. 학교 본관 중앙간판에는 '바른 인성~'이라 쓰여 있었고 운동장에서는 쉬는 시간을 활용해 친구들과 사이좋게 가벼운   공차기를 하며 노는 남학생들이 보였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청순한 여학생들이 재잘거리며 노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필자도 절로 즐거워졌다. 도대체 어느 학생들이 무섭고, 어느 학생들이 학교 폭력을 일삼고 문제를 일으키는지 궁금할 정도로 평화로운 중학교 정경이었다. 

이러한 풍경을 지나 1학년 9반 교실로 들어갔다. 30명 여학생들이 필자를 반겼다. 갑자기 처음 나타난 강사가 신기했는지 13~14세의 소녀들은 이것저것 물어 보았다. 세상에 실눈을 막 뜬 버들강아지처럼 귀엽고,   물어린 푸른나뭇잎처럼 풋풋하고 상큼한 내음이 물씬한 소녀들이 마냥 소중하고사랑스러웠다. 표정만 보아도 지금까지 잘 자라온 것 같다. 이 모양을 계속유지하고 잘 성장시키는 것은 가정·사회의 어른들 몫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몰려왔다.  

필자는 '시를 통한 효·인성함양'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학생들을 마주했다. 먼저 '서시'(윤동주)를 낭송하며  강의 문을 열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이 짧은 시어들 속에 참으로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 이유가 물씬 묻어있고 스스로 정화하는 힘이 담겨 있다. 인간이 인간 답게 살아야 하는 이유와 명분은 소중하고 귀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는 정자1/5억, 난자1/200만 경합(『권오길의 괴짜생물이야기』)을 뚫고 이세상에 나왔다. 대단한 승리자이며 '나, 라는 존재는 지구의 70억여 인구 중 오로지 하나이니 참으로 소중하고 귀한 존재라는 것, 한편의  시가 탄생한 것이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에밀리 디킨슨(미국 자연주의 시인)이 무릎 위에 놓인 종이위로 연필을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을 때 이웃집 꼬마가 묻는다. '그게 시예요?' 아니, 시는 바로 너란다. 이건 시가 되려고 애쓰고 있는 것일 뿐이야."(『에밀리』)

이처럼 에밀리 디킨슨도 인간을 한편의 시로 보았다. 한 인간의 삶이 시가 되고 역사가 되는 것이다. 한   인간의 올바른 효·인성의 마음성장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국가에 충성하는 든든한 사회적·국가적 인적자본이  된다. 그러나 요즘 눈을 뜨기가 무서울 정도로 매스컴들은 가슴 아픈 소식들만 전하고 있다. 가장 서로 믿고 의지해야 할 부모로부터~자식으로부터~죽임을 당하고, 아내가 남편을, 남편이 아내를 죽이는등, 감히 입으로 올리기 부끄러운 소식들을 접하며 자성해 보았다. 이러한 사태는 자기사랑 부재, 타인을 배려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잘 키우지 못한 것이리라. 이는 곧 가정 문제, 사회문제로 확산된다.

알베르트 슈바이처(아프리카 성자)는 자녀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3가지는 첫째도 본보기, 둘째도 본보기, 셋째도 본보기라고 하였다. 이는 부모들의 올바른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최고의 인성교육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것에 비유한바, 어른들이 후대들을 잘못 키운 것이 확실해짐을 느꼈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어른을 대표해서 사과한다고 말하며 시로 메마른 정서에 물을 주고 효·인성함양을 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허버트 조지웰스(영국 소설가)는 가정에 대하여 "가정이야 말로 고달픈 인생의 안식처요, 모든 싸움이 자취를 감추고 사랑이 싹트는 곳이요, 큰 사람이 작아지고 작은 사람이 커지는 곳이다."라고 하였다. 이의 표현  처럼 가정은 어머니의 품속처럼 포근하고 불안과 고통을 해소하고, 아픈 상처를 치유해주며, 갑을이 공존하지 않는 최상의 안전지대로 볼 수 있다. 건강한 가정의 부모는 자녀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건강한 정신으로 인간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50여 년 전, 가난해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박목월 시인의 '가정, 이란 시를 통해  알 수 있다.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중략, 아니 十九文半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먹여 살릴 식구들이 많아 힘들어도 미소한다는 것은 가족이 함께 곁에 있어서, 살아 있어서 행복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김용욱 시 '아버지'(1999년 전북교육감 수상작, 신흥고 2)를 통해서 아버지의 가족 사랑과 자녀의 효심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집엔 자정이 다 되어서야 들어오는 머슴 하나 있습니다. 그는 자기를 무척 닮은 아이들의 잠자리를 살펴주고는 지친 몸을 방바닥에 부립니다~중략, 그 속에 파들파들 별처럼 떨고 있는 남은 가족의 눈방울들 그 머슴을 우리는 아버지라 부릅니다." 아들은 아버지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를 안타깝게 바라본다. 경제능력이없어 아버지를 도울수 없지만 아버지의 사랑에 효심을 채우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버지 고생하십니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시와 똑 같은 언어들이다. 그러나 어떤 메타포가 담긴 시어로 '나'를 '그 무엇을' 표현한다면 사람들에게 소름 돋는 눈물, 짜릿한 기쁨을 주기 때문에 시를 통해서 정서와  효·인성 함양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바탕으로 효·인성함양이 된다면 효의 시작과 끝을 명확히 이해 할 것이다.『효경』, 개종명의장에  "사람의 신체와 머리털과 피부는 모두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감히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고, 자신의 인격을 올바르게 세우고 도리에 맞는 행동을 하여 후세에 이름을 날려 부모님을 드러나게 하는 것이 효의 끝이다."(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立身行道 揚名於後世 以顯父母 孝之終也)라고 하였다. 요즘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BTS(방탄소년단), 청소년 축구선수 이강인의 활약은 효의 시작부터 끝을 매끄럽게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인간의 감성과 눈물이 살아 있는 한, 시는 끊임없이 살아 날것이며 우리의 인생과 동반 할 것'이라는 가향의 어록으로 강의를 마무리 하였다. 학생들은 강사의 싸인을 받겠다고 강의가 끝났는데도 필자를 에워싸고  노트를 들이 밀었다. '아 ~ 기쁨이란, 행복이란, 바로 이런 사소한 것에 있구나.' 라는 소확행을 실감하였다. 아직도 학생들의 우렁찬 박수소리는 귓가에 놀면서 떠나지 않고 있다. 

감동하고 열광하고 공감하는 것, 이것은 삶의 원동력인 열정이다. 이 열정의 소용돌이에 파묻힌 푸른 새싹의 학생들을 보니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에 조명등이 아름드리 수놓아 지는 느낌이 들어서 마냥 가슴이 설렜다.  영원히 살아있는 희망이고 꿈이고 미래의 횃불에 점화하는 젊은 피들에게 화수분 같은 효·인성함양을 위한 열정의 비타민을 수혈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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