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수 충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여름장마도 끝나지 않았는데 폭염이 시작됐다. 땀을 연신 훔치다 보니 반가운 비가 내린다. 재빨리 밭으로 향했다. 차량으로 30분 거리 ‘보은’이다. 밭에 도착하니 어느새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호미를 들고 어린 들깨와 목화 모종을 밭으로 옮겨와 부랴부랴 심었다. 구름에 가려진 태양빛도 조금씩 밭을 비춘다. 이젠 열악한 환경을 이겨낸 새싹들이 스스로 홀로서기를 할 차례다. 시간이 흐른 뒤, 주위 환경을 이겨낸 새싹만이 꽃을 피우고 단단한 알곡을 품는 게 자연이다. 풍요는 함께 하는 것이다.

2018년 7월 1일. 시민들의 기대와 염원 속에서 민선 7기 충북지역 자치단체가 각각 4년의 항해를 시작했다. 그리고 1년이 흐른 현재. 자치단체장들은 1년간 각자 쌓아 올린 결과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한창이다. 언론도 동참했다. 그런데 시민들 반응이 시큰둥하다. 왜 일까?

1년 전 청주호 선장으로 선출된 한범덕 시장 또한 시민들의 다양한 가치를 담아 소통이라는 북을 울리고 출항을 했다. 순조롭게 항해하고 있던 것일까. 청주호의 '1년간 항해일지'는 '청주 시민의 날' 엿볼 수 있었다. 한 시장은 지난 1일 제4회 청주 시민의 날을 맞이해 청주 예술의전당에서 미래 비전을 선포했다. 한 시장은 이렇게 시작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청주시민 여러분 저는 오늘, 어느 때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저와 4000여 공직자가 지난 1년간 땀 흘리며 닦아놓은 기반 위에서 앞으로 3년 동안 어떤 꿈을 이룰지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최근 시민사회의 우려와 마찬가지로 청주시도 환경 현안에 대한 고민이 깊습니다. 소통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출발했지만 불통의 1년이었다는 시민사회의 의견을 듣고 깊은 성찰의 시간도 가졌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첫 번째로 사람의 안전이 최우선일 권리,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권리 보장. 두 번째 잘 듣고 깊이 공감하고 함께 고민하는 청주. 세 번째 노동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살피는 데 최선. 네 번째, 풍부한 역사 자원과 문화예술의 하드웨어를 가치 있게 묶어 문화도시 이름이 제일 잘 어울리는 도시. 다섯 번째 아이 낳는 두려움이 없는 청주. 여섯 번째 걷고 싶고, 놀고 싶고, 살고 싶은 도시. 일곱 번째 쉼을 통한 재충전으로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도시"라고 말했다. 일곱 가지 구상은 한 시장의 바람이자 상상이다. 한 시장은 "기필코 실현해 나겠다"고 강조했다.

1년간 청주시를 지켜본 필자도 꿈을 꿔 본다. "시민 곁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시장, 시민의 목소리를 시정에 담아내려 노력하는 시장, 어둡고 그늘진 곳을 먼저 찾아가는 시장, 시민들과 희노애락(喜怒哀樂)을 함께하는 시장, 시민들 편에서 정책을 집행하는 시장"이기를 희망한다. '현장엔 답이 있다' 희망과 행복을 전하는 미래비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소통하는 것이다. 성찰은 1년으로 충분하다. 앞으로 3년의 실천이 더 중요하다. '시장의 상상보다 시민들의 상상 곁으로 다가서라' 청주호가 초심을 잃지 않고 항해해 나갈 이유이다. 청주호의 항해 끝엔 '함께 웃는 청주시민'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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