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의 충청역사유람] 35 대전 전투의 딘 장군
대전 사수 시가전… 사단CP 옥천 이동 중 길 잃어 진안 산속 36일 고립
딘 장군 3년간 포로생활… 미군 33명 구출특공대 결국 1명만 살아 남아
대전시 전쟁 후 딘 장군 명예시민증 전달 추진… 82세 영면때까지 안 와

▲ 대전시는 6·25전쟁이 끝나고 딘 장군에게 명예 대전시민증을 전달하고자 했으나 그는 오지 않았다. 대전전투 3일간의 악몽 때문일까? 사진은 6·25전쟁 당시 모습들.  대전찰칵 제공
▲ 대전시는 6·25전쟁이 끝나고 딘 장군에게 명예 대전시민증을 전달하고자 했으나 그는 오지 않았다. 대전전투 3일간의 악몽 때문일까? 사진은 6·25전쟁 당시 모습들. 대전찰칵 제공

미 제24사단장 딘 장군은 금강을 건너 유성 쪽으로 전선을 확장하는 북한군 3사단을 저지하며 미 제1기갑사단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일본을 출발한 기갑사단이 때마침 몰아친 태풍 헬리호 때문에 전선투입이 지연되고 있었다.

딘 장군은 사단 CP(지휘소)를 지금 대전시청 자리의 비행장으로 옮기고 대전사수를 위해 시가전을 전개했다.

북한군의 포격과 시가전으로 대전은 온통 불바다가 되기 시작했다. 신탄진 방향에서 금강을 건넌 북한군 4사단은 재빨리 대전 판암동 쪽으로 진출, 대전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딘 장군은 더 이상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깨닫고 직접 탱크 사냥에 나서며 시가전을 벌이던 것을 중지하고 7월 20일 오후 5시55분 '사단 CP를 옥천으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것이 사단장으로서 그리고 군인으로서 그가 내린 마지막 명령임을 그 자신 몰랐다.

딘 장군을 부관 크라크 중위와 함께 지프를 타고 불타는 시가지 사이를 뚫고 정신없이 옥천을 향해 달렸다. 그러나 너무 황급해 인동사거리에서 옥천으로 가는 도로로 들어서지 않고 금산으로 가는 길로 잘못 들어섰다.

그리고 산내면 낭월리에 이르렀을 때 부상병을 발견, 자기 지프에 태워가게 한 다음 그는 도보로 산을 타고 걸었다. 그러나 그가 향하고 있는 방향을 가늠할 수가 없어 금산과 전라북도 진안 산속을 36일이나 헤매야 했다. 배고픔과 목마름, 공포…

이런 속에 그는 진안 어느 외딴 가옥에 들어가 한두규라는 청년에게 대구까지 데려다 줄 것을 간청했다. 그러나 그 청년은 내무서에 밀고하는 바람에 포로로 잡혀 1953년 9월 4일 휴전 후 포로교환으로 석방될 때까지 3년간 북한 포로수용소에 갇혀 온갖 고생을 다했다. 밀고한 청년은 수복 후 구속되어 5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하다 3년후 감형으로 석방됐다.

딘 장군이 이렇게 길을 잃고 헤맬 때 영동에 집결한 미군 지휘부는 딘 장군 구출을 위한 33명이 특공대를 조직했다. 한국 기관사로는 당시 28세의 김재현(논산시 노성면)을 비롯 황남조(당시 23세), 현재연(당시 23세) 등 3명이 차출됐다. 이들은 7월 20일 오후 4시 기관차(미카③-219)를 몰고 전속력으로 대전을 향해 달렸다.

그러나 세천 인근 증약 터널을 막 빠져 나왔을 때 선로 양쪽 산등성이에 잠복해 있던 북한군이 집중 공격을 퍼부었다. 순식간에 미군 33명중 28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공대 중 살아 남은 5명이 오후 4시40분 대전역에 도착, 그들의 사단장 이름을 외치는가 하면 무전을 하는 등 이리 저리 뛰어 다녔다. 그러나 대전역 어디에도 딘 장군은 없었다.

할 수 없이 오후 5시10분 특공대는 영동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기관차에 올랐다.

그리고 판암동에 이르렀을 때 또다시 북한군의 공격을 받고 김재현 기관사가 쓰러졌다. 몇 명 남지 않은 미군들도 쓰러졌고 현재영 기관사도 총을 맞았으나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그러니까 미군 특공대는 33명중 1명만 살아남았고 우리 기관사는 1명이 순직했으며 2명은 부상을 입은 것이다. 그들의 지휘관을 구출하기 위한 특공대는 영웅적 결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안타깝게 끝나고 말았다.

대전시는 전쟁이 끝나고 딘 장군에게 명예 대전시민증을 전달하고자 했으나 그는 오지 않았다. 대전전투 3일간의 악몽 때문일까? 그는 1981년 8월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82세 나이로 영면했다. 그는 눈을 감으면서 이렇게 말했는지 모른다. "다시는 이런 전쟁은 없어야 한다"고….

<전 세종시 정무부시장·충남역사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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