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표 제천소방서 소방행정과 감찰담당(소방위)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받아야 하는 청렴교육이 처음엔 낯설기도 했지만 한편 필요성도 느꼈고, 업무에 도움이 되는 많은 사례를 통해 청렴한 생활을 본받기 위한 노력도 하게 됐다. 하지만 매년 같은 교육을 받다 보니 조금은 안일해진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일상처럼 되어 버린 청렴 교육이 도움이 되는 것은 그것에 관해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하고, 공직자가 업무 수행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잊지 말고 지켜야 할 과제로 인식시켜줬다.

김영란법으로 명명되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이미 온 국민이 다 아는 법이 되었다. 그만큼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향상되었고, 관련 규정도 세밀하게 마련되어 지금은 정착 단계에 있다. 사이버 교육 과정에서도 청렴을 강조하기 위해 선조들의 강직하고 올곧은 행동과 생활들을 예로 들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이 청렴하면 떠올리는 것이 부정부패나 사리사욕 등 부정적인 개념일 것이다.

하지만 부정부패와 사리사욕의 부정적인 것들이 사라져 가는 이때가 청렴의 패러다임을 바꿔 좀 더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방향 전환을 시도해 새로운 개념으로 정립하는 것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공직자에게 청렴이란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성을 발휘하여 국민을 보살피고 최대한 만족스러운 서비스로 응대하는 것이어야 한다. 모든 것을 가늠할 수 있는 전문성에 진정성을 얹어 친절하게 문제를 해결한다면 스스로 만족하고 뿌듯해서 기뻐하게 될 것이다. 거기에는 부정적인 개념들이 끼어들 자리조차 없어질 것이며, 스스로 이것이 청렴이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

얼마 전 관내에서 치매 노인 실종사고가 발생했다. 현장 수색작업에 많은 직원이 참여했다. 우리 소방뿐만 아니라 경찰, 군 등 유관기관과 가족들까지 참여하는 대규모의 작업이었다. 치매 노인의 특성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사례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작전을 수행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워낙 산세도 험했고, 임도가 여러 갈래로 나 있는 데다 숲이 울창해서 광범위한 지역을 수색하는 동안 직원들도 지쳐갔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충북 광역 특수구조대와 중앙 119 구조대의 구조견까지 지원을 받았고, 의용소방대원들까지 동원해 실종 인근 지역과 5~6㎞ 떨어진 임도 주변까지 수색작업을 진행했다. 가족들도 안타깝고 조급한 마음으로 함께했다.

수색 작전에는 가족들이 요구하는 지역에 우선해서 모든 인력을 집중해서 투입했고, 그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미안함에 더 힘을 내야 했으며, 위로와 희망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엿새째 되는 날 실종 할머니 손자가 기적적으로 생존해 있는 할머니를 찾았다. 현장의 구급대원들이 신속히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여 호흡을 되찾아 할머니는 가족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비록 119가 할머니를 찾지는 못했지만 엄두도 낼 수 없는 현장에서 내 일처럼 산속을 함께 수색해준 소방공무원들에게 허리 숙여 온몸으로 고마움을 표현해 주셨다.

임무가 끝나고 가슴 저 밑에서 느껴지는 뿌듯함과 보람만으로 그동안의 피로는 씻은 듯이 사라졌다. 공직자가 자신의 임무에 전문성과 진정성을 가지고 국민 한 분 한 분에게 친절로 다가간다면 신뢰는 견고히 쌓일 것이다. 공직자에게 전문성과 진정성이 결합한 친절이 청렴의 바로미터가 되어야 한다. 청렴의 개념이 긍정적이고 발전적이며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바뀌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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